남아프리카공화국 ‘디날레디 동굴’
25만 년 전의 고인류 뼛조각 나와… 동굴 속에 시신 매장한 걸로 추정
침팬지와 비슷한 크기의 두뇌로… 불-도구 사용하고 장례 치르기도
◇케이브 오브 본즈/리 버거, 존 호크스 지음·김정아 옮김/280쪽·2만2000원·알레
책은 고인류학자이자 ‘호모 날레디’를 발견한 주역들인 저자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동굴에서 신인류를 발굴하게 된 프로젝트를 들려준다. 이야기는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였던 저자 리 버거가 지휘본부의 컴퓨터 화면으로 발굴 과정을 지켜보기만 하다가 8년 만에 디날레디 동굴로 직접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강연에서 ‘좁은 동굴에 들어가기엔 내가 너무 크지 않느냐’는 농담을 해왔던 버거는 25kg을 감량하는 혹독한 다이어트 끝에 동굴로 향한다.
동굴 내부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해 모든 탐사대원이 손전등과 장비에 의존해야 하고, 일부 구간은 18cm도 채 안 되는 틈으로 네발로 기어가거나 몸을 비틀어야만 통과할 수 있다. 피곤과 공포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탐사대원들은 곳곳에 뼈와 유골이 흩어진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것이 1500개 이상의 뼛조각과 최소 15명의 고인류 개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이 화석들의 배열과 환경을 분석한 결과 25만 년 전 존재했던 ‘호모 날레디’가 일부러 시신을 동굴 깊은 곳에 매장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발견된 유구들은 단순히 던져지거나, 흙이나 퇴적물에 휩쓸려 동굴 깊숙한 곳에 온 것이 아니라 망자를 다루는 일관된 패턴이 드러나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 것이다. 또 어린이 유골의 손 근처에서는 도구(돌멩이)가 발견된다.탐사대원들의 발굴기는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 인류 진화의 모델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기존의 진화 모델이 한 점에서 여러 가지가 뻗어 나가는 ‘나무(계통수)’ 모델이었다면, 이제는 호모 사피엔스, 호모 날레디 등 여러 종이 무작위로 등장하고 사라지면서 진화를 거듭하는 ‘덤불(bush)’ 모델로 진화사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책은 진화 이론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딱딱한 연구서와 달리 동굴 속 흙먼지, 패닉과 땀 냄새 가득한 인간적인 목소리를 생생히 담았다. 팀원 중 한 명인 스티브가 암벽에서 셀카를 찍으려다 실수로 좁은 틈에 발을 헛디뎌 동굴을 발견한 이야기나 몇 시간 동안 눕지도 앉지도 못한 채 돌 틈을 지나가야 하는 극악한 상황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언노운: 뼈 동굴’의 원작이기도 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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