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큐레이션으로 만나는 거장들의 꽃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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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네덜란드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의 꽃 그림을 보고 “이건 나도 그리겠다”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몬드리안은 20년 넘게 사실화에 기반한 기본기를 연마한 후에야 비로소 추상화에 도달했다. 단순해 보이는 그의 꽃 그림은 부단한 훈련이 있어 가능했던 것이다.

미술사학자 정하윤이 ‘꽃 피는 미술관: 봄 여름’에 이어, 이번에는 국화와 동백, 장미와 함께 가을과 겨울의 미감을 탐색한다. 저자는 정원 미술관 조성 프로젝트에 연구자로 참여했던 경험을 토대로 거장들의 꽃 그림 170여 점을 고른 뒤 흥미로운 미술사와 이야기를 입혔다.

가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꽃이 ‘국화’다. 클로드 모네에게 있어 국화가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동양이 자생지인 국화는 당시만 해도 유럽에선 일본을 상징하는 꽃이었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모네가 머나먼 극동의 미술에서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이 바로 ‘국화’다. 차가운 겨울에도 꿋꿋이 피어나는 장미의 매력은 마틴 존슨 히드의 ‘자크미노 장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책은 한 페이지 가득한 꽃 그림에 눈길이 먼저 닿게끔 구성했다. 독자가 작품 속의 꽃, 인물, 풍경을 살핀 뒤 저자의 안내에 따라 좀더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저자는 “보는 이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같은 작품도 전혀 다르게 읽힐 수 있다”며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꽃이 있다’던 앙리 마티스의 말처럼, 책을 펴는 순간 마음 속에 어느새 피어난 한 송이 꽃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현재 이데일리에 한국 근현대 미술사 100년을 담은 ‘국현열화’를 연재 중인 저자는 가장 대중적인 미술사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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