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금속에 영혼을 새긴 88세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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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전시·공연 차가운 금속에 영혼을 새긴 88세 조각가 추상조각 거장 엄태정 개인전KAIST서 60년 작품세계 조명금속에 영적 구원 메시지 담아"AI시대엔 비워내는 창조 필요" '낯선자 안에 서라' (2026) KAIST 미술관 첨단 이공계 연구가 한창인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캠퍼스 한복판에 3.5m 높이의 은빛 알루미늄 조각 세 점이 자리 잡았다. 한국 현대 추상조각의 거장 엄태정 작가(88)의 신작 '낯선 자의 출현 Ⅰ Ⅱ Ⅲ'이다. 캠퍼스에 들어선 금속 기둥들은 빛과 공기를 반사하며 학생들에게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내면과 타자를 마주할 것을 권한다. KAIST 미술관은 엄 작가를 초청해 그의 60여 년 창작 궤적을 돌아보는 개인전 '탈(脫)창조의 세계로'를 열고 있다. 2024년 12월 임시 사용 승인 후 올해 5월 완전 승인을 받아 본격 출범한 KAIST 미술관이 선보이는 원로작가 초대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1960년대 초기작 '삼익조' 연작부터 2026년 신작까지 총 36점의 조각과 드로잉, 회화를 선보인다. 작가는 구리, 철, 알루미늄 등 단단하고 차가운 금속을 때리고 연마하며 그 안에 숨겨진 존재의 깊이와 영성을 끌어냈다. 작가는 88세의 나이에도 신작을 다수 공개했다. 캠퍼스 야외 정원에 조성된 '낯선 자의 출현 Ⅰ Ⅱ Ⅲ'은 카이스트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작품이다. 수직으로 된 알루미늄 기둥들은 캠퍼스 내에서 생경하면서도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는다. 야외 조각이 낯선 자의 등장을 시각화했다면, 내부 전시장은 관객을 낯선 자의 품으로 초대한다. '낯선자 안에 서라'는 은은한 붉은빛 구리 패널들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서로를 감싸안듯 세워져 있는 작품이다. 작가에게 낯선 자는 타인이자 내면의 자아, 나아가 신적이고 영적인 존재를 포괄한다. 작가는 관람객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을 경험하기를 바랐다. 2019년 프리즈 런던 스컬프처에서 한국 대표로 출품했던 동명의 작품을 보완한 '두 개의 날개와 낯선자Ⅱ'도 관람객을 맞이한다. 2.4m 높이의 거대한 알루미늄 패널 두 장이 날개처럼 펼쳐져 있고, 이를 또 다른 알루미늄 파이프가 이를 지탱한다. 소외된 낯선 자를 품어 안고, 타자와 내가 공존하며 치유받는 시공간을 형상화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작가는 깊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조각 작품 속에 영적인 구원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작가는 "AI와 첨단기술이 끊임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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