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자금조달계획서 상담하던 세무사도 흔치 않은 일이라며 놀라더라"면서도 "이른바 '집주인 대출'은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주지 않고, 강남권에서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종종 있는 일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부동산 시장에서 기이한 매매 계약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아파트를 사는 매수자에게 집을 파는 매도자가 부족한 잔금을 빌려주는 이른바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입니다. 가파르게 오른 집값에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현금이 부족해진 매수자와 세금 문제 등으로 처분이 급한 다주택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 같은 거래는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던 2020년을 전후로 강남권 시장에 등장한 바 있습니다. 이후 대출 규제가 완화하며 사라지는 듯했으나, 최근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해 발표된 10·15 대책으로 현재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15억 초과 아파트 4억원, 25억원 초과 아파트는 2억원으로 제한됐습니다. 여기에 자금이 부족한 주택 매수자들이 종종 '꼼수'로 이용하던 '사업자 대출'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검증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사업자가 기업 운전자금 용도로 대출받은 후 주택을 매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상자에 전수 검증을 실시하는 등 자금줄을 전방위적으로 죄고 있습니다. 수십억원의 현금을 자력으로 동원하지 못하면 상급지 진입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
전문가들은 이런 독특한 매매 현상은 '상급지 갈아타기'가 막힌 기형적인 시장 구조의 영향이라고 분석합니다. 본래 강남 부동산 시장은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넘어오는 유주택자의 '갈아타기'가 주류인 시장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강력한 대출 규제로 유주택자의 진입로가 차단되면서 무주택자만 거래가 가능한 구조가 됐습니다. 문제는 정작 대다수의 무주택자는 현금 동원 능력이 떨어져 초고가 부동산 시장 진입하기 힘든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입니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제까지 얽히며 시장은 더욱 꼬였습니다. 실거주 의무로 인해 '전세 낀 저가 매물'은 유주택자가 살 수 없고, 수십억원의 현금이 필요한 '실입주 고가 매물'은 무주택자가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근 입주한 서초구 '메이플자이'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는 매물 스펙트럼이 45억~60억원대에 형성돼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40억원대 매물 대부분은 다주택자가 내놓은 '전세 낀 물건'이고, 실입주가 되는 매물은 50억원 이상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습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美 IAU 교수)은 "강남은 무주택자가 다주택자의 물건을 받아줘야 하는 시장이 됐지만, 수십억원의 현금을 쥔 무주택자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는 것"이라며 "거래 자체가 워낙 힘들다 보니, 집주인이 2억~3억원 정도 부족한 금액을 빌려주고 근저당을 설정해서라도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토지거래허가제와 강력한 대출 규제가 만들어놓은 부동산 시장의 진풍경"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도자 입장에서는 주택을 처분해 세금 부담에서 벗어나고, 매수자는 부족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도 "자금출처 소명을 철저히 해야 추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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