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0일간 교섭 현황 공개
100일간 하청노조 1161곳이
원청 439곳 대상 교섭 요구
본교섭 돌입한 원청은 10곳뿐
141곳선 사용자성 놓고 공방
산업안전이 교섭확대 지렛대
협력사 많은 공공기관도 우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100일을 맞은 가운데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원청 10곳 중 9곳이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본교섭에 들어간 사업장은 전체 교섭 요구 사업장의 2%대에 그쳤다. 이를 놓고 정부는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판단이나 현장에서는 사용자성 범위와 교섭 의제를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 원청 한 곳당 교섭 요구 2.6건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정 노조법 시행 100일 현황 및 향후 계획' 설명회를 열고 개정 노조법이 시행된 지난 3월 1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하청 노조 1161개가 원청 사업장 439곳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원청 한 곳당 교섭 요구는 평균 2.6건이었다. 실질적 교섭 성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교섭을 요구받은 원청 439곳 가운데 창구 단일화 등 후속 절차를 밟은 곳은 96곳이다. 이 가운데 51곳이 창구 단일화 절차를 마치고 교섭 의제와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지만, 상견례 등 공식 본교섭에 들어간 곳은 인천광역시의료원 등 10곳에 불과하다. 전체 교섭 요구 사업장의 2.3%다. 본교섭에 들어갔다고 해서 곧바로 안정적인 교섭이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한동대처럼 교섭 과정에서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로 넘어간 사업장도 있다.
정부는 본교섭 사업장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교섭이 지연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창구 단일화를 마친 51곳에서는 공식 상견례 이전이라도 교섭 의제와 일정을 정하는 실무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청 사용자성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교섭 요구 이후 노동위 절차가 진행된 원청 141곳 가운데 현재까지 판단이 나온 곳은 113곳이며 이 중 103곳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91.2%에 달한다. 사용자성이 인정된 원청 가운데 54곳은 교섭 절차에 들어갔지만, 13곳은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결정서가 아직 송달되지 않은 곳은 32곳, 후속 절차를 검토 중인 곳은 4곳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일각에서 우려했던 교섭 쓰나미나 무분별한 쪼개기 교섭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원·하청 노사는 노동위 판단과 교섭창구 단일화 등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차분하게 교섭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영계는 노동위 판단이 내려진 경우 법의 상생 취지와 노사자치 원칙에 맞게 법원 판단을 기다리기보다 당사자 간 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사내 급식업체도 사용자성 인정
하지만 사용자성 확대로 현장에서는 불확실성을 크게 보고 있다. 중노위는 지난 15일 한화오션이 사내 급식업체 웰리브 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며 산업안전·작업환경 의제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재계에서는 구내식당의 조리·배식 시간 지시는 도급계약상 '일반적 지시'라는 고용노동부 해석 지침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해석 지침은 조리·배식 시간에 관한 지시를 설명한 것이고, 한화오션 사건은 시설과 작업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권한이 원청에 있는지를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산업안전 분야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뒤 임금·인력 등 다른 의제까지 교섭 대상으로 요구될 경우 노사 간 이견에 따라 노동위의 추가 판단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있어 혼선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자회사와 협력사가 산재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산업안전'이 원청 교섭의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안전 의제를 고리로 일단 교섭의 문을 연 뒤 실질적인 경영권에 해당하는 임금 체계나 인력 규모, 교대제 등 핵심 근로조건까지 교섭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인천·충남 지노위 엇갈린 판단
이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인천지방노동위원회 결정서에 따르면 인천지노위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하청 노동자 집단의 산업안전 의제에 대해 사용자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지노위는 "산업안전 의제에 대한 사용자성이 인정되었으므로, 나머지 교섭 의제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 여부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노조 측이 원청 교섭의 주요 의제로 제시한 교대제 개편과 인력 충원, 임금 인상 등에 대해서는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전국공항노동자연대는 지난해 전국 공항 총파업에서 3조 2교대를 4조 2교대로 개편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한편 인력을 충원할 것을 요구했다. 임금 등 근로조건과 모·자회사 간 계약조건 개선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안전 범위를 넓게 해석할 경우 원청이 직접 결정하지 않는 근무 제도와 인력 문제까지 원청 교섭 대상으로 요구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반해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코레일 사건에서 의제별로 사용자성을 따로 판단했다. 충남지노위는 코레일 자회사 근로자의 산업안전·작업환경 분야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복리후생 분야에서는 사용자성을 부정했다.
인천지노위는 산업안전 분야에서 사용자성이 확인되자 나머지 의제에 대한 판단을 중단한 반면, 충남지노위는 의제별로 사용자성을 인정하거나 부정한 셈이다. 같은 법을 적용하면서도 사용자성의 판단 단위와 범위가 달라졌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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