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선수들이 27일 대구아이엠뱅크파크에서 열린 대구와 K리그1 1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4-0 대승을 거두면서 리그 선두에 올라선 뒤 원정 팬들과 승리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2골차 리드에도 승점을 내주는 일이 허다했다. 하위권 팀에게도 무기력한 패배를 떠안았다. 강등권까지 추락한 지난 시즌의 악몽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3월 중순까지 전북 현대의 모습이다.
그로부터 2개월 반이 흘렀다. 환골탈태했다. 전북은 27일 대구아이엠뱅크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1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4-0 대승하며 9승5무2패, 승점 32로 ‘진짜 1위’로 도약했다. 꾸준히 선두를 지킨 대전하나시티즌(승점 31)보다 한 경기 덜 치렀음에도 승점까지 앞섰다.
전북은 리그 12경기 연속무패(8승4무)를 질주 중이다. 코리아컵을 더하면 14경기다. ‘우승 가능성’을 언급하기에 이른 감이 있지만 지표가 바뀐 전북을 말한다. 공수 밸런스가 굉장히 좋다. 이 시점까지 대전하나와 공동 최다 24골을 넣고 가장 적은 11실점을 했다. K리그1에서 가장 인상적인 수치다.
화력전을 주도하는 이는 윙포워드 전진우다. 11골·1도움을 뽑았다. 현재 부상 중이나 이탈리아 공격수 콤파뇨(5골)도 힘을 보탰다. 주목할 대목은 또 있다. 많은 팀 도움(16회)이다. 대부분 득점을 팀 플레이로 만들었다는 의미인데, 티아고와 송민규, 김진규, 김태현이 2도움씩 올렸다.
다른 포지션도 듬직하다. 박진섭과 김진규가 이룬 코어라인은 흔들리지 않는다. 또 베테랑 홍정호가 버티고 골키퍼 송범근이 지킨 뒷문은 쉽게 뚫리지 않는다. ‘확 달라진’ 전북을 유심히 지켜본 홍명보 감독은 이라크, 쿠웨이트와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경기에 나설 국가대표팀 명단에 3명(전진우·박진섭·김진규)를 선발했다. 3월 ‘홍명보호’엔 전북 선수가 없었다.
‘명가 재건’을 기치로 내건 올해 초 전북 지휘봉을 잡은 거스 포옛 감독의 리더십도 칭찬할 만 하다. 고정된 베스트 진용을 활용하나 벤치 자원들의 기를 세워주며 선수단 내 잡음을 차단했고, 공격지향적이지만 필요할 땐 ‘지키는 축구’로 전환해 승점을 얻는 전략으로 눈길을 끌었다. 어떻게든 이겨야 했던 3월 30일 FC안양전에서 전북은 수비에 치중하며 1-0 승리한 뒤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포옛 감독은 들뜨지 않는다. “멀리 보지 않는다. 긴 시즌은 스텝바이스텝이다. 오늘 경기 후 다음 경기를 준비할 뿐이다. 결과보다 꾸준한 경기력이 더 중요하다”며 평정심을 강조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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