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가 설명하는 오페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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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페라 대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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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인간의 욕망과 이상, 사랑과 비극이 응축된 예술이다. 음악, 문학, 연극, 미술이 함께 어우러진 이 장르는 수백 년에 걸쳐 인간의 삶을 관통한 역사를 예술의 언어로 소개해왔다. '히스토리 오브 오페라'를 의미하는 제목의 <히스토페라>는 오페라의 내적 역사적 맥락을 무대 위에서 활동하는 전문 지휘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 양진모는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오페라 전문 지휘자다. 그는 자신이 실제 지휘했던 작품을 비롯해 역사성과 상징성이 깊은 열 편의 오페라를 선정해, 무대 위 음악과 무대 밖 세계사의 접점을 섬세하게 짚는다. 단순히 음악의 형식과 구조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이 어떤 시대적 격랑 속에서 탄생했으며, 작곡가와 인물들이 어떻게 역사와 교차했는지를 보여주는 시선이 돋보인다.

책에 등장하는 작품은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부터 존 아담스의 '닉슨 인 차이나'까지 시대와 지역을 넘나든다. 도니제티의 '안나 볼레나'와 '루크레치아 보르자'는 르네상스 궁정 정치의 냉혹한 단면을, 베르디의 '돈 카를로'는 얽혀 있는 종교와 권력의 뒷모습을, 푸치니의 '토스카'와 '나비부인'은 제국주의 시대의 인물의 감정적 갈등을 그려낸다. 저자의 생생한 무대 경험을 토대로 감정의 진폭과 무대 뒤의 긴장을 담아낸 저자의 설명은 단순한 음악 해설서와는 결이 다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담아낸 예술과 세계사적 통찰의 밑바탕에 저자의 독특한 성장 배경이 자리한다는 점이다. 사학자이자 미학자였던 조부의 서재는 역사와 예술 서적으로 가득했고, 음악 애호가였던 부친은 늘 음악을 들으며 작곡가의 삶과 시대를 함께 이야기했다. 이러한 유년기의 교양 교육이 저자에게 예술과 역사 사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는 감각을 길러줬고, 그것이 훗날 오페라 전문 지휘자라는 직업적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고백한다. <히스토페라>는 이처럼 한 개인의 성장과정이 어떻게 인격 형성과 오페라를 해석하는 고유한 시선으로 확장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책은 각 작품의 대표적 음반과 공연 실황 영상을 QR코드로 친절하게 소개한다. 독자에게 음악감상과 사유를 동시에 유도하는 이 구성은 체험형 독서 방식에 어울리는 세심한 배려다.

<히스토페라>는 오페라 속 역사와 예술을 동시에 탐구하고 싶은 애호가들을 위한 안내서다. 무대 위에서 재현된 격동의 역사, 그리고 그 음악을 지휘하며 살아온 예술가의 시선은 우리에게 오페라의 배경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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