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을 만큼 춥고, 빛이 들지 않아 깜깜하며, 엄청난 수압으로 압박하는 심해는 경외와 공포의 대상이자 미지의 공간이다. 그런 바다의 바닥으로 목숨을 걸고 내려가고자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왔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언더월드>는 미국잡지상을 받은 저널리스트 수전 케이시가 쓴 책이다. 저자는 세계를 누비며 과학자, 탐험가와 바닷속을 잠수하기도 하고, 해양지질학자, 해양생물학자, 해양학자들을 만나 인터뷰한 끝에 이 책을 썼다.
이 책엔 깊은 바다에 대한 전설, 바다에 잠든 난파선들, 최초 잠수정 조종사의 이야기와 더불어 심해의 복잡하고 신비로운 과학적 지식이 저자의 잠수 경험과 함께 등장한다. 잠수정을 타고 심해로 내려가는 저자의 여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심해로 가기 위한 준비와 그 과정들, 심해만의 아름답고 푸른 색, 섬뜩하지만 신비로운 물고기 등이 실감나게 묘사된다. 특히 최첨단 잠수함, 지구의 가장 깊은 곳으로 과감히 나아가는 사람을 생생하게 담아낸 사진들이 돋보인다. 접하기 힘든 심해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오랫동안 심해는 생명이 살 수 없는 척박한 공간, 텅 빈 삭막한 공간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실제론 수많은 생명체가 발광하며 살아가는 눈부시고 역동적인 곳이다. 누구나 한 번쯤 미지의 세계에 호기심을 가져봤을 법한 세상 가장 깊은 곳에 대한 이야기가 스릴 넘치는 모험담, 촘촘하게 엮인 과학적 지식과 함께 다채롭게 펼쳐진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