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드라마처럼 파헤친 명화와 작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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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한 시민이 이날 입고된 <명화의 비밀, 그때 그 사람>을 보고 있다. /한경BP 제공

4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한 시민이 이날 입고된 <명화의 비밀, 그때 그 사람>을 보고 있다. /한경BP 제공

매일같이 서점가에는 서양 명화를 소재로 한 책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책은 드물다. 대중적인 책 중에는 감성에 치우쳐 내용이 부족하거나 사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덧붙여 실제 작품의 감동을 오히려 방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미술사 전문가들이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집필한 양서는 너무 어렵고 딱딱해서 잘 팔리지 않는다. 미술 서적에서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책마을] 드라마처럼 파헤친 명화와 작가의 비밀

지난해 출간된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과 후속작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이 예술부문 도서 베스트셀러 1위에 장기간 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인 성수영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는 화가들의 삶을 통해 작품과 미술사를 돌아보는 미술 칼럼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을 매주 토요일 연재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국내 문화·예술 분야 기자 중 구독자 1위(7만5000여 명)를 기록하고 있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 추천사에서 “적절한 인용과 탁월한 비유”라고 표현했듯, 대중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게 인기 비결로 꼽힌다.

최근 세 번째 책 <명화의 비밀, 그때 그 사람>이 출간됐다. 첫 장부터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눈을 사로잡는다. 네모난 선과 색으로 세계를 재구성한 피에트 몬드리안, 파블로 피카소의 라이벌이자 포스터 등으로 국내에도 친숙한 현대미술 거장 앙리 마티스, 세계 최초의 추상화를 그린 바실리 칸딘스키 등이 대표적이다.

화가들의 드라마 같은 삶 이야기에 몰입하다 보면 추상미술이 왜 태어났고 무슨 의미인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국내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대부분이 현대 추상 미술을 다루는 만큼 실제 미술관을 다닐 때도 도움이 될 만하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보석 같은 화가들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인상주의 이후 프랑스 미술계에 큰 영향을 끼친 ‘나비파’의 피에르 보나르, 펠릭스 발로통, 에두아르 뷔야르 등이 대표적이다. 화려한 색채와 따뜻한 장면 뒤에 숨은 철학적 메시지도 인상적이다. 어머니와 아이를 주로 그린 메리 카사트의 이야기에는 여성이 가정과 경력 사이에서 겪는 내적 충돌, 시대를 초월한 고민과 대립이 담겨 있다.

전작의 흡입력 있는 문체와 풍성한 자료 활용은 이번에도 이어진다. 국내외 전시 도록과 전기문 등에서 발굴한 세밀한 정보는 책에 깊이를 더했고, 수록된 이미지 수도 전작보다 크게 늘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응시한 아르놀트 뵈클린, 페르디난트 호들러 같은 작가들의 총천연색 명작은 고해상도 인쇄를 통해 더욱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한국 록의 전설’이자 배우, 에세이스트, 화가 등으로 활동하는 김창완은 “하루 만에 다 읽은 책”이라고 했다. 추천사에는 이렇게 적었다. “화가, 현실과 죽음 너머로 난 길. 그 길을 따라 걸으며 그들이 겪은 고통과 환희를 체험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중략) 책의 행간마다 예술에 희망과 구원의 손길이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말로도 글로도 위로가 되지만, 그림의 위로는 더욱 뭉근하고 오래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성 기자와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글도 매우 친화력 있게 다가옵니다. 정성스러운 안내를 받고 명화의 깊은 예술적 경지를 느끼길 바랍니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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