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방자치 30주년 기념 포럼’
낮은 재정자립도-자주도 개선 등… ‘지방이 책임지는 구조’ 집중 논의
“분권형 개헌은 시대적 과제” 주장
TK 초광역 협력-미래 비전도 소개
박관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센터장은 22일 대구 북구 삼성창조캠퍼스 중앙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방자치 30주년 기념 포럼’에서 재정 분권 발전 방향의 조건 가운데 하나를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래 지방자치 30년을 위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제시했다.
박 센터장은 필요조건으로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 자치재정관리권의 확보를 주문했고, 충분조건으로는 지방정부와 공무원 개인의 역량 강화 그리고 국회·감사원·중앙부처의 외부 통제보다 지방의회·자체 감사·주민소환·감사청구 등 자율 통제를 강화하는 시스템 혁신을 강조했다.
특히 지방의 낮은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의 하락 추세를 극복하기 위해 “국세·지방세·국고보조금 등의 비중을 조정하고 궁극적으로 재정자주도를 상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수입으로 재정을 충당하는 비율, 재정자주도는 중앙정부의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의 비율을 뜻한다. 박 센터장은 또 “자치재정관리권은 투자 타당성 조사 전문 기관을 시도 출연기관으로 확대하고, 지방정부가 재정 상황에 맞춰 지방채 발행 한도액을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구서 ‘지방자치 30년’ 자성(自省)의 장
이날 지방자치 30주년 기념 포럼은 대구시와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했다. 지방자치의 날(29일)을 앞두고 열린 이번 포럼은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30년간의 자치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고 향후 분권 방향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대구시는 이번 행사를 ‘대구 시민과 함께하는 지방자치 주간’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전국 각지의 지방자치 현안을 공유하고, 앞으로 50년의 자치분권·균형발전 비전을 논의했다.
김경수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영상 축사에서 “대구에서 열리는 지방자치 30주년 포럼이 뜻깊다”며 “대구는 자치와 혁신, 균형발전의 모범 도시로서 성장 잠재력이 큰 도시”라고 말했다. 그는 “영남권 광역경제권의 허브로서 산업과 문화, 청년 인재가 어우러지는 대구의 도전은 ‘지역이 곧 국가 경쟁력’이란 인식을 확산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시장과 지방의원을 직접 뽑기 시작한 지 30년. 그동안 지방자치는 중앙집권 구조 속에서 권한을 분산하고 정치의 중심을 지역으로 옮기는 변화를 거듭해 왔다. 대구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시민 참여와 숙의 과정을 통해 행정 결정을 바꾼 대표적 도시로 평가받는다.대표적 사례가 신청사 건립 과정이다. 15년간 표류하던 사업은 2019년 시민 250명이 참여한 공론화위원회가 숙의 과정을 거쳐 입지를 결정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전국 최초로 대규모 공공사업의 입지를 시민 공론화 방식으로 결정한 사례로, 과열 경쟁과 지역 갈등을 시민 합의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구는 또 2011년 전국 최초로 지방분권 조례를 제정하고 이듬해 지방분권협의회를 설치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일찍부터 마련했다. 이후 주민참여예산제와 ‘분권 토크’ 같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이어오며 행정의 투명성과 참여성을 높였다. 반면 시민 참여가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기에는 범시민 대책위원회가 자율적으로 구성돼 ‘대구형 방역 수칙’을 제정하며 공동체 대응 모델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역 간 정보 공유 체계나 행정 대응 속도에서는 여전히 중앙 의존도가 높다는 한계도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포럼이 대구의 사례를 넘어 지방자치 전반의 ‘시민 중심 행정이 제도로 안착했는가’를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안중곤 대구시 행정국장은 “자치가 제도의 틀을 넘어 생활문화로 자리 잡아야 진정한 지방자치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 미래 지방자치 50년의 방향 논의이날 포럼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미래 지방자치의 모델과 방향을 논의했다.
이선호 대통령실 자치발전비서관은 ‘정부의 자치분권 정책 방향’을, 김중석 지방시대위원회 민간위원은 ‘지방자치 30년의 어제와 내일’을 주제로 특강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지방자치 30년, 대한민국 자치분권의 현주소와 발전 방향’을 주제로 토론이 열렸다. 박 센터장에 이어 김수연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분권형 개헌의 필요와 방향’을 발표하며 “지방분권형 개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권력 분산을 통한 민주주의의 고도화”라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이국운 한동대 교수를 좌장으로 하세헌(경북대) 최철영(대구대) 강인호(조선대) 교수와 고경훈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여해 자치분권형 개헌과 지방의 책임성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5극 3특(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 정부 정책과 연계한 대구 지역 성장·발전 방향’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김주석 대구정책연구원 공간교통연구실장은 ‘대구 미래 50년 그랜드 디자인과 대구·경북(TK) 신공항’을 주제로 발표하며 지역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이어 박양호 대구정책연구원 원장을 좌장으로 김상기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재정투자평가부장,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나중규 경북연구원 연구본부장, 정종숙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이 참여해 대구·경북의 초광역 협력과 미래 비전을 논의했다.
이번 포럼은 대구가 ‘행정 분권’을 넘어 ‘경제 분권’과 ‘첨단산업 자립형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자리이기도 했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은 “지방자치 30년은 시민이 함께 만들어온 역사이며, 앞으로의 50년은 분권과 균형성장을 통해 지역이 스스로 성장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포럼이 지방정부의 새로운 자치 비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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