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용지 8차례 옮겨져 난항
주민 복합시설 조성으로 합의
“학교는 가까이! 교육은 공평하게!”
22일 서울 중랑구 신내동 700 일대 신축 용지에서 진행된 공립 특수학교 ‘동진학교’(가칭) 기공식 현장을 가득 채운 것은 커다란 환호성이었다. 지적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는 순간 뜨거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동대문구와 중랑구 등 서울 동부 지역에 최초로 세워지는 특수학교는 2012년 설립 계획이 처음 수립됐지만 실제 착공이 이뤄지기까지 무려 13년이 걸렸다. 주민 반발 등에 부딪혀 성일중·태릉중·양원지구 등 8차례나 용지가 바뀌었고, 2019년 9번째인 현재 용지로 결정된 뒤에도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실제 공사가 이뤄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용지 1만2201㎡, 연면적 1만6910㎡ 규모의 학교는 수영장·체육관·평생교육센터·도서관 등을 갖춘 복합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지적장애 학생을 위한 유·초·중·고 및 전공과 18학급, 111명 규모의 학교는 물론 주변 주민들을 위한 복합시설을 갖추고 2027년 9월 개교할 예정이다.
그동안 왕복 3시간의 통학 시간을 견디고, 근처 학교에 특수학급이라도 만들어 달라며 민원을 넣어야 했던 특수교육 대상자 학생과 학부모들은 목이 메이는 듯했다. 전국 특수학교 196곳 중 서울에 32곳이 있다. 하지만 중구·용산구 등 8개 자치구에는 여전히 특수학교가 없어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에 진급할 때마다 전쟁을 치르듯 입학할 곳을 찾아야 한다.
최혁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광진지회 부회장은 “그동안 너무나 힘든 통학 거리를 왔다 갔다 하면서 기존 질환이 더 악화돼 걷지 못하게 된 아이들도 있다”며 “특수학교를 설립해 달라며 언제까지 무릎을 꿇어야 하느냐”고 눈물을 보였다.
특수학교 건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평등권을 위해 더욱 노력해 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중랑통합학부모회 중등분과장을 맡고 있는 조지현 씨는 “중학생인 아이를 위해 특수학급을 만들어 달라고 하도 찾아갔더니 선생님들마저 나를 피하곤 했다”고 돌아보며 “장애 학생들의 배움은 우리 사회 전체를 성숙시키는 만큼 더욱 많은 특수학교가 생겨서 지역사회 성장의 핵심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지방의회의 최종 의결 없이 교육당국의 인가만으로 특수학교를 세울 수 있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 서울 도봉구 도솔학교 개축 사업과 성동구 성진학교 신설 등이 추진되고 있다. 정 교육감은 “지역사회와 교육 공동체가 함께 협력해 특수교육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