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 대상자 전원 노쇼’ MLB 드래프트, 왜 외면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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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셔너가 선수 이름을 부르면 선수는 기쁨의 표정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가족들과 포옹을 나눈 뒤 무대 위로 오른다. 유니폼을 전달받은 커미셔너가 감격스런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NBA, NFL 등 드래프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장면, 메이저리그에서는 볼 수 없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일요일 애틀란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는 단 한 명의 지명 대상 선수도 행사에 참가하지 않았다.

14일(한국시간) 애틀란타에서 진행된 MLB 드래프트 장면. 사진=ⓒAFPBBNews = News1

14일(한국시간) 애틀란타에서 진행된 MLB 드래프트 장면. 사진=ⓒAFPBBNews = News1

메이저리그 드래프트는 농구, 풋볼의 그것과 비교하면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2025년 NFL 드래프트는 1360만 명, NBA는 380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봤다. 반대로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드래프트 시청자가 86만 3천명, 이마저도 역대 최다였다.

한계가 있다. 미국에서 대학 야구의 인기는 대학 풋볼, 대학 농구에 크게 못미친다. 여기에 드래프트에 지명된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이 2~3년 동안은 메이저리그에서 볼 일이 없다. 지명 첫 해 바로 1군 무대에서 활약하는 농구, 풋볼과는 상황이 다르다.

메이저리그는 이런 한계를 극복해보려는 목적으로 지난 2021년부터 드래프트 시기를 올스타 휴식기로 옮겼다. 올스타 게임으로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드래프트를 함께 진행, 조금이라도 이목을 끌어보겠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심지어 대상 선수들도 이를 외면하면서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는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드래프트 유망주 랭킹 상위 12위 이내 선수 중 단 세 명 만이 행사장에 참가했다. 지난 3년간 상위 6순위 이내 지명된 선수 중 현장을 찾은 선수는 세 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올해는 아예 한 명의 선수들도 찾지 않았다. ESPN은 드래프트 유망주 랭킹 30위 이내 선수 중 12명이 드래프트가 열리는 조지아주, 혹은 근처 주에 살고 있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드래프트에 지명 선수들이 참석하지 않는 것을 에이전시의 탓으로 돌렸다. 사진=ⓒAFPBBNews = News1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드래프트에 지명 선수들이 참석하지 않는 것을 에이전시의 탓으로 돌렸다. 사진=ⓒAFPBBNews = News1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나름 ‘당근책’을 준비했다. 같은 매체는 사무국이 지명 대상 선수들에게 여섯 장의 왕복 항공권, 세 개의 호텔방, 여섯 장의 홈런 더비와 올스타 게임 입장권, 타격 연습 시간에 올스타 선수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 레드카펫쇼 참가, 명예의 전당 멤버, 유명 인사들과의 만남 등 참가 선수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통하지 않았다.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이를 특정 에이전시 탓으로 돌렸다. 그는 올스타 기간 진행된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오찬에 참석한 자리에서 “몇몇 에이전시들은 자신들이 관리중인 지명 대상 선수들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 점에 관해 설명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유를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는 이 자리가 선수 마케팅, 그리고 빅리그에 올랐을 때 그를 스타로 만드는 것에 있어 아주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남겼다.

만프레드는 특정 에이전시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ESPN은 이들이 보라스 코퍼레이션, 엑셀 스포츠 매니지먼트, 바서맨이라고 소개했다. 드래프트 대상 유망주 랭킹 30위 선수 중 18명이 이 에이전시와 계약했다.

ESPN은 이 에이전시들이 선수들의 드래프트 참가를 원치 않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소개했다.

첫 번째는 특히 고졸 유망주의 경우 드래프트 현장에 나갔는데 지명을 받지 못했을 때 대중에게 망신을 당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신 집에서 가족, 친구 들과 함께하기를 원한다.

두 번째는 돈 문제다. ESPN은 드래프트 지명 선수에 대한 계약금 협상의 경우 보통 지명이 이뤄지기 몇 분전부터 시작되는데, 에이전트들은 선수가 현장에 나가는 것이 이 협상 과정에 있어 선수의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폴 스킨스는 2023년 드래프트에 지명돼 2024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아주 보기 드문 사례다. 사진=ⓒAFPBBNews = News1

폴 스킨스는 2023년 드래프트에 지명돼 2024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아주 보기 드문 사례다. 사진=ⓒAFPBBNews = News1

스캇 보라스는 “선수는 지명이 되더라도 여전히 계약 협상을 해야한다. 그 팀과 계약을 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대 위에 나가 ‘나는 이 팀과 함께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다른 옵션이 남아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는 지명을 받더라도 협상이 무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협상이 무산되면 고교 졸업 선수들은 예정된 대학에 진학하거나 3학년 선수들은 4학년에 진학한다.

많은 계약금이 배당된 1~2라운드의 경우 계약이 무산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꼭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대학 선수들의 명칭, 이미지, 초상권 계약(NIL)을 통한 영리 활동이 허용되면서 대학에 가는 것이 금전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됐다.

바서맨 야구 부문 수석 부사장을 맡고 있는 에이전트 조엘 울프는 ESPN과 인터뷰에서 “우리의 독특한 드래프트 시스템과 아마추어 선수들의 문화가 선수들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1라운드는 예측이 어렵다. 5~80명의 선수들이 자신이 1라운드에서 지명될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단순히 높은 가치, 랭킹 순으로 지명되는 것이 아니다. 지명 직전까지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안타까운 사실은 현재 드래프트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올 수 없다는 것이다. 최소한 현재 노사 협약이 유지되는 내년까지는 반복될 문제다.

한 에이전트는 ESPN에 “마치 홈런 더비에 참석하는 메이저리그 선수에게 하는 것처럼 금전적 보상을 하거나 드래프트가 시작되면 구단과 에이전트 사이의 의사소통을 차단해 혼란을 없애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

또 다른 에이전트는 “선수들은 연락이 쏟아지기 시작할 때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아주 스트레스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개선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틀란타(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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