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트럼프家와 친분 바탕, ‘중재자’ 떠오른 사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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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종전협상 장소 제공 이어
美-이란 핵합의 중재 나설 가능성
트럼프 맏사위-차남과 사업 친분도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논의하기 위한 장소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선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추진할 가능성이 큰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 또한 사우디가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우디가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의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국제적 영향력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는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사우디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갖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 CNN방송은 사우디가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도 중재할 의향이 있다고도 보도했다. ‘가자 전쟁’을 거치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등 대리조직을 잃은 이란이 핵 개발이란 최후의 선택을 하기 전에 이를 협상으로 풀어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슬람교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줄곧 대립해 왔다.

사우디는 최근 국제 무대에서 중재자로서 조용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2022년 9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포로 10명 교환을 시작으로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를 시작했다. 지난해 8월에는 냉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여겨지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수감자 24명 교환에도 기여했다. 이달 11일 러시아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마크 포겔의 석방에도 무함마드 왕세자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가 중재국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오일 머니’에서 나오는 경제력이 있다. 사우디의 경제 규모는 중동 산유국 6개국이 모여 창설한 ‘걸프협력회의(GCC)’ 중 가장 크다. 사우디는 이런 경제력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 첫 해외 순방지로 찾은 곳도 사우디였다.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는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펀드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은 지난해 7월 사우디 제2의 도시 제다에 트럼프 타워를 개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 의혹과 원유 감산 등 문제로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때 틀어졌던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개선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부와 권력을 가졌다며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도 불리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평화 중재자로도 성공할지 관심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은 사우디의 능력을 평가하는 리트머스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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