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차 괴롭힘’ 이주노동자, 추방 위기 몰렸다

19 hours ago 1

현재 퇴사한 상태…3개월내 새 일자리 못찾으면 출국 조치

스리랑카 출신 30대 이주노동자가 올 2월 전남 나주의 한 공장에서 지게차 화물에 비닐로 묶인 채 옮겨지는 모습. 동료 이주노동자들이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스리랑카 출신 30대 이주노동자가 올 2월 전남 나주의 한 공장에서 지게차 화물에 비닐로 묶인 채 옮겨지는 모습. 동료 이주노동자들이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지게차에 결박되는 가혹행위를 당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가 기존 사업장을 퇴사한 뒤 3개월 안에 새로운 근무처를 구하지 못하면 출국 조치될 처지에 놓였다.

25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스리랑카 국적 이주노동자 A 씨(31)는 지난 2월 26일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한국인 기사 B 씨에게 흰색 비닐 랩으로 벽돌과 함께 결박돼 지게차 화물처럼 들어 올려졌다. 당시 동료 이주노동자들이 촬영한 영상에는 B 씨가 공중에 매달린 A 씨를 향해 “잘못했냐, 잘못했다고 해야지”라며 조롱하는 장면이 담겼다.

B 씨는 당시 근무 3개월 차였던 A 씨에게 “동료 스리랑카 노동자들을 잘 가르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동료들이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자, 이런 가혹행위가 30분가량 이어졌다. A 씨는 이후 5개월을 더 근무하다 더는 참지 못하고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에 피해 사실과 영상을 제보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24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나주시청 앞에서 연 ‘이주노동자 인권유린 규탄 기자회견’에서 A 씨는 “몸과 마음을 다쳤다. 악몽을 빨리 잊고 싶다”며 “이 같은 인권유린에 대해 회사의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지게차 기사와 회사 간부, 사장 등 3명은 A 씨에게 직접 사과했다.

현재 A 씨는 고용허가제(E-9) 체류 자격으로 사업장 변경을 신청한 상태다. 그러나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3개월 안에 새 근무처를 구하지 못할 경우 출국 조치된다. 현행 제도는 수도권, 충청권, 전라·제주권 등 특정 권역과 업종 내에서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고 있어 A 씨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 현실적으로 제약이 큰 상태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폭언과 괴롭힘에서 벗어나려 퇴사했는데 다시 출국 압박에 놓인 것이 현실”이라며 “사업장 이동의 실질적 자유와 노동허가제 도입 등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영상 속 가해 노동자들을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며 정부에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실태 조사를 촉구했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해당 사업장에 대한 기획 감독에 착수했으며, 경찰은 가혹행위 여부의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