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산업기술 유출'에 이견
경찰 "현행 조문따라 우리가"
개청준비단 "수사제한 안돼"
정부, 법개정 추진 나섰지만
인력·조직설계 등 차질 우려
오는 10월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의 산업기술 유출 사건 관할을 두고 경찰과 개청준비단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경찰은 현행 조문을 그대로 적용하면 일반 기술유출 사건이 경찰 관할로 남는다고 보는 반면, 준비단은 중수청의 기술유출 수사가 사실상 제한된다며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중수청 출범을 두 달여 앞두고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관할이 확정되지 않아 인력 선발과 조직 설계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19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일반 산업기술 유출 사건의 중수청 관할 여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중수청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중수청이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 등 6대 범죄를 담당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그러나 현행 조문만으로는 중수청이 기술유출 사건과 사이버범죄를 어느 범위까지 수사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관계기관에서 제기됐다.
현행 중수청법은 사이버범죄의 범위에 산업기술보호법상 기술유출과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이들 범죄를 '기술유출 등 국가핵심기반 공격에 해당하는 사이버범죄'로 규정했다.
이 문구를 엄격하게 해석하면 단순히 기술유출이나 영업비밀 침해 혐의만으로는 중수청이 사건을 수사하기 어렵다. 국가핵심기반에 대한 공격에 해당하면서 사이버범죄의 성격도 갖춰야 중수청 관할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국가핵심기반 공격이나 사이버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기술유출 사건은 경찰 관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준비단은 이 같은 해석을 따를 경우 법에 규정된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건이 거의 없어 중수청의 기술유출 수사가 사실상 제한된다고 보고 있다. '국가핵심기반 공격'이라는 요건이 사이버범죄 조항 전체에 적용되면 중수청이 담당할 수 있는 사이버 사건의 범위 역시 지나치게 좁아질 수 있다는 게 준비단의 판단이다.
실제 산업기술 유출 사건은 외부 해킹보다 전현직 임직원이 설계도면이나 공정자료를 출력하거나 이동식 저장장치에 복사해 반출하는 방식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건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이나 업무상 배임 등에 해당할 수 있지만, 국가핵심기반 공격이나 정보통신망 침입을 수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동부지검에서 사이버범죄 수사를 담당했던 한 부장검사는 "실제 기술유출 사건 가운데 기술유출과 국가핵심기반 공격, 사이버범죄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준비단은 일반 기술유출 사건도 중수청이 수사할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행안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기술유출 관련 사건과 정보를 검찰과 경찰에 넘겨온 국가정보원도 중수청에 이첩할 수 있는 사건의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할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원이 사건을 넘길 경우 피의자나 피고인 측이 중수청의 수사 권한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거나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의 적법성이 재판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기술유출 사건의 관할 확정이 늦어지면서 중수청의 인력 선발과 조직 설계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늦어도 8월 말까지 중수청 인력의 자격 요건과 선발 기준을 확정한 뒤 9월 초부터 채용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중수청이 일반 기술유출 사건까지 담당한다면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디지털 포렌식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반대로 이들 사건이 경찰 관할로 남으면 중수청은 해당 기능을 제외하고 정원과 부서 편제를 짜야 한다.
[성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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