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에 맞서 쌓아 올린 결속의 탑[서광원의 자연과 삶]〈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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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탈루냐에서 열린 제30회 인간 탑 쌓기 대회 모습. 타라고나=AP 뉴시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얼마 전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에서 열린 인간탑 쌓기 대회를 보다가 문득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가 생각났다. 가을 운동회 때마다 친구들끼리 ‘텀블링’이라고 부르던 걸 하느라 정말이지 고생깨나 했기 때문이다. 친구들보다 키가 큰 편이어서 나는 늘 맨 아래층을 맡았다. 3층 탑의 바닥을 받치려니 어깨는 으스러질 듯했다. 내 어깨를 딛고 선 2층 아이들도 높이와 무게를 견디느라 발가락에 힘을 꽉 주는 바람에 고통은 더했다. 선생님의 호통에 끙끙대는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보는 사람은 즐거웠을지 몰라도 우리는, 특히 맨 아래층은 결코 즐거운 적이 없었다. 그래선지 예전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에 찬찬히 보니 장관은 장관이었다. 내가 본 인간탑은 무려 9층이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높이가 13.1m에 이르렀다.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통이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던 터라 내친김에 기록을 찾아봤다. 역시나 200년이 넘는 역사가 있었다. 처음에는 성모 마리아나 수호성인을 기리며 축제 때 추던 군무의 일부였다고 한다. 군무의 피날레로 승천하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3, 4단짜리 인간탑을 쌓던 것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누가 더 높이 쌓는가 하는 경쟁으로 발전하며 독립적인 종목이 됐고, 18∼19세기에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지역 전체의 행사로 자리 잡았다. 양강 구도가 정착한 덕분이었다. 이 지역에 대대로 살아온 보수 성향의 사람들과 새로 유입된 자유주의 성향의 사람들이 각각 팀을 이뤄 열전을 벌였다. 왕당파와 공화파의 치열한 대리전이어서 총력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인간탑은 카탈루냐 여러 도시에서 열렸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이번에 여러 매체에 소개된 타라고나 대회다. 우승한 빌라프랑카 팀은 전통적인 양강의 후예가 아닌 제3의 팀이다. 오랫동안 구경만 하다가 “우리도 해보자”며 1948년 결성됐다고 한다. 이런 기록을 더듬다 보니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 했던 건 엄밀히 말해 텀블링이 아니었다. 인간탑이라는 의미의 ‘무이셰랑가(Muixeranga)’였다. 텀블링은 땅이나 매트 위에서 앞구르기나 공중제비 같은 동작을 하는 개인 체조 기술이다. 그런데 왜 텀블링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예전 전국을 돌며 공연하던 유랑극단이나 서커스단의 곡예사들은 공연 마지막에 인간 피라미드를 선보이곤 했다. 아마 텀블링을 하던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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