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당, 하원 의석 늘리는 선거구 개편 시도
“입법회기 끝날 때까지 자리 비워 무산시킬 것”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텍사스주 하원 민주당 소속 의원들 일부가 이날 텍사스를 떠나 민주당이 강세인 일리노이주 시카고나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뉴욕주 등지로 향했다. 현재 얼마나 많은 의원이 텍사스를 떠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텍사스 하원은 4일 새로운 선거구 획정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표결을 위해선 텍사스주 하원 전체 3분의 2(100명) 이상이 출석해야 하는데, 62명인 민주당 의원 중 51명 이상이 불참할 경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논의가 불가능하다. 텍사스를 떠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이번 투표를 위해 소집한 특별 입법 회기가 끝날 때까지 2주 동안 자리를 비울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텍사스 하원에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은 진 우 의원은 성명에서 “우리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 목소리를 외면하는 조작된 시스템에 맞서기 위해 텍사스를 떠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제임스 탈라리코 텍사스 하원의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공항에서 촬영한 영상을 올리며 “이 조치는 2026년 선거의 공정성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절박함의 표시”라고 말했다.이번 텍사스주 선거구 개편안에는 공화당 득표를 더 유리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5개 선거구 구역을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히스패닉 유권자 등 민주당이 강세인 지역을 합쳐 민주당 의석을 줄이고, 공화당 지지자가 많은 농촌 지역을 민주당 강세 선거구에서 떼어내는 방식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새 선거구 지도에서 30개 구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10%포인트 이상으로 민주당을 꺾은 곳이다.
일반적으로 주 선거구 조정은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10년 주기로 진행하며, 가장 최근 텍사스는 2021년에 선거구를 조정했다. 이번처럼 다수당이 회기 중간에 선거구를 재설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데다, 재조정안에 자연재해 복구 예산 등 민감한 정책도 포함돼 논란을 가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를 인정하면서 선거구 조정을 통해 추가 확보를 노리는 의석에 대해 “텍사스가 가장 클 것이다. 5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56%대 42%로 승리한 지역이다.
한편 2021년에도 민주당 소속 텍사스주 의원들은 공화당의 선거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집단 탈주’를 감행한 전력이 있다. 이에 공화당은 2023년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 탈주를 방지하기 위해서 하루 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강제 소환할 수 있도록 하원 규칙을 개정했다. 공화당 소속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이를 토대로 주를 떠난 의원들을 체포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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