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7월 관세수입 급증
재정적자 충당에 새 수입원
USTR대표 “7일 관세 강행”
다급한 미타결국 대응 분주
대만·스위스 추가협상 총력
印은 국산품 애용 독려나서
미국이 총 69개국에 10~50% 상호관세를 오는 7일부터 부과할 예정인 가운데 추가적인 관세율 인하에 선을 그으며 각국에 대한 관세 압박을 이어갔다. 스위스, 대만 등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얻어맞은 국가들은 전방위로 미국과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키를 쥔 미국은 관세율을 무기 삼아 투자 ‘강매’를 이어갈 태세다. 특히 올해 들어 미국의 관세수입이 1520억달러(약 211조원)에 달해 미국으로선 막대한 재정적자 돌파구로 관세를 더욱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CBS방송 인터뷰에서 “국가별 상호관세율은 합의에 따라 정해진 것”이라며 “따라서 이러한 관세율은 거의 확정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며칠 내에 상호관세율이 낮아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그는 “세계 대부분 국가에 10%나 15%나 더 높든 관세가 할당돼 있다”면서도 “때로 해당 국가가 협상 조건을 더 적합하게 만들려고 추가 양보를 제시한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당장 고율의 관세를 얻어맞을 위기에 처한 국가들은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39%라는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율을 부과받은 스위스도 비상이다. 이날 기 파르믈랭 스위스 경제장관은 RTS방송과 인터뷰하면서 미국에 제안한 조건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파르믈랭 장관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스위스의 고려 대상 중 하나이고, 스위스 기업들이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율 발표 전날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성의를 보이지 않는 태도에 격노하면서 관세율이 종전 31%에서 39%로 높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만도 급하기는 마찬가지다. 협상팀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했던 정리쥔 대만 부행정원장(부총리 격)은 지난 3일(현지시간) 귀국한 뒤 취재진에게 “(대만과 미국 간) 협상은 계속돼야 한다”며 “우리는 더 나은 세율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정 부행정원장은 귀국 후 대미 협상 전략을 집중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또 상황에 따라선 언제든 미국을 재방문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7일부터 대만에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이는 ‘임시 세율’”이라며 “최종 합의에서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관세가 발효되는 7일 전까지 미국과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만 연합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대만과 계속 협상할 의향은 있으나 여러 국가와 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발효 전에 합의를 이룰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전했다.
상호관세 25%를 부과받는 인도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스와데시(국산품 애용 운동)를 촉구하고 나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유세 연설에서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불안정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면서 “이제 우리가 무엇을 사든 기준은 하나다. 인도인의 땀이 깃든 제품만 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으로부터 50% 관세를 맞은 브라질은 강경 대응을 시사하면서도 협상 재개 가능성은 열어뒀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정치적 이슈를 이용해 경제 제재를 가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동등한 대우를 전제로 무역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과 친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브라질 대법관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한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일부 소비세를 포함한 미국의 관세수입은 1520억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 780억달러에 비해 2배에 육박했다. 현재 관세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향후 10년간 2조달러(약 2780조원)가 넘는 관세수입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된다.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으로선 새로운 수입원이 생긴 만큼 이를 되돌릴 유인이 없다는 분석이다.
주앙 고메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이게 중독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같은 부채와 적자 상황에서 수입원을 거부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