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박+성과급' 삼전닉스 영끌족 몰리더니…집값 들썩 [돈앤톡]

17 hours ago 7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롯데캐슬' 전경. 사진=한경DB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롯데캐슬' 전경. 사진=한경DB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을 때 하루라도 빨리 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모아둔 돈에 가지고 있는 주식과 성과급까지 모두 합치면 대출받아 충분히 집을 살 수 있겠더라고요. 앞으로도 소득이 늘어난다는 가정하에 최대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해서 동탄에 집을 골랐어요." (최근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에 아파트를 매수한 30대 SK하이닉스 근로자 A씨)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상승세를 주도하는 핵심 지역으로 급부상했습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급과 증시 활황의 온기가 이 지역으로 고스란히 유입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원들의 탄탄한 매수세가 지역 자산 가격을 강하게 밀어 올리는 모습입니다.

28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화성시 동탄구 아파트는 5월 넷째 주(25일 기준)에 전주보다 0.49% 상승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동탄역 초역세권 대장 아파트인 '동탄역 롯데캐슬'은 동탄의 가파른 집값 상승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단지의 이른바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는 지난 7일 20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국평 20억 클럽'에 가입했습니다. 지난달 10일 19억4000만원에 신고가를 새로 쓴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거래가가 1억4000만원 뛰었습니다.

서울 주요 지역과 비교하면 동탄의 집값 상승세는 더욱 무섭습니다. 서울시 동대문구의 대장 아파트인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의 같은 면적대가 지난달 30일 20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경기권인 동탄의 대장 아파트 가격이 서울 강북권의 핵심 입지마저 넘어선 것입니다.

동탄역 인근 단지들은 다양한 호재의 수혜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비규제지역이라는 메리트에 더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개통으로 강남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반도체 업황의 호황'이 꼽힙니다. 삼성전자 기흥·화성 캠퍼스와 SK하이닉스, 그리고 인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내 핵심 반도체 기업의 배후 주거지로서의 가치가 대기업 종사자의 고소득과 맞물리며 강력한 시너지를 내는 것입니다.

동탄역 인근에 B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부쩍 30대 젊은 맞벌이 손님들이 많았는데, 이들 중 대다수는 주식으로 돈을 벌었거나 성과급을 받아 현금 여유가 생긴 사람들이었다"며 "현금 흐름이 받쳐주다 보니 미래가 가치가 높은 대장 단지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C 중개업소 대표 역시 "대출 한도에 묶여 매수를 망설이던 무주택자들이 자본 시장에서 자금을 불려 유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배후 수요가 확실하다 보니 일부 투자 수요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무주택자가 주식 등으로 자산을 불리면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진입한다는 학계와 현장의 정설이 동탄에서 다시 한번 입증되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일 발간한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무주택 가계의 경우 주식 자본이득의 70%가량이 부동산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국토교통부 주택취득자금 조달계획서 집계자료를 살펴보면, 서울 주택매입 자금에서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월 4.9%에서 올해 1월 8.9%로 올랐습니다.

한국은행은 "자본이득이 부동산으로 먼저 흘러가는 것은 과거(2011~2024년) 우리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낮고 수익률은 높아 소비에 따른 기회비용이 컸던 데 기인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기간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은 주식의 8분의 1이었던 반면, 수익률은 주식의 2배를 기록했습니다.

동탄구에서 매매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매물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동탄구의 매매 물건은 4532건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해 20% 감소했습니다. 이 기간 동탄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체에서 서울 서초구(-21.8%)에 이어 두 번째로 매물이 많이 줄었습니다.

현장에서도 이미 매물 품귀 현상이 시작됐습니다. 네이버 부동산과 현장 중개업소에 따르면, 940세대로 이뤄진 '동탄역 롯데캐슬'에서 현재 거래가 가능한 매물은 단 한 개뿐입니다. 그마저도 전용 84㎡의 호가가 22억5000만원에 달해 매도자 우위 시장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너무나 가파른 상승 곡선에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최근 급등세는 대기업 성과급과 유동성이 특정 대장 아파트로 쏠리면서 나타난 오버슈팅 성격이 있다"며 "배후 수요를 고려하더라도 단기간에 서울 중급지 가격을 추월한 만큼 추격 매수에는 신중해야 하고, 향후 금리나 경기 변동에 따른 리스크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