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팝업스토어가 국내 중소 신진 패션 브랜드의 ‘등용문’으로 떠올랐다.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들이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통해 시장 반응을 타진한 뒤 오프라인에 진출해 외형을 키우는 전략은 ‘K패션의 성공 방정식’으로 자리 잡았다. 백화점도 주 소비층인 MZ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인기 있는 신진 패션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적극 발굴한 뒤 유치하고 있다.
29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21년 더현대서울 개점 이후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에 입점한 중소 패션 브랜드는 200개에 달한다.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는 기획 단계부터 MZ세대를 겨냥한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중소 브랜드의 정식 매장과 팝업스토어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더현대서울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 입점 후 성공한 대표 패션 브랜드로는 ‘시에’와 ‘쿠어’가 있다. 두 브랜드 모두 더현대서울에 오프라인 1호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이후 현대백화점에 정규 매장을 내고 K패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쿠어는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에서 대형 가두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M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패션 브랜드 ‘산산기어’ ‘오픈와이와이’가 더현대서울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팝업스토어는 정규 매장보다 진입 장벽이 낮아 신진 브랜드가 오프라인 시장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탁월한 플랫폼”이라며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고 K패션의 오프라인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국내 진출도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에서는 해외에서 인지도를 쌓은 디자이너 브랜드 ‘준태킴’이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준태킴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패션 어워드 ‘2023 LVMH 프라이즈’에서 준결승에 오른 브랜드다. 일본 도쿄 이세탄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1주일간 매출 3억원을 올린 브랜드 ‘더바넷’도 잠실 롯데월드몰에 국내 첫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온라인 브랜드 출시-플랫폼 입점-팝업스토어-단독 매장 운영’이 패션 브랜드의 성공 방정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젠지 세대는 팬덤 중심의 스몰 브랜드를 선호한다”며 “이런 트렌드가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