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키워드는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이다. 오는 6월, 국립극장은 국립무용단을 통해 전통의 깊은 뿌리 위에 동시대적인 감각을 덧입혀 가장 세련된 미장센을 선보이는 두 개의 작품을 연이어 올린다.
수묵화 속 이상향을 감각적인 현대의 춤과 음악으로 번역해 낸 국립무용단의 '몽유도원무'와, 전통 탈춤의 틀을 깨고 LED 탈과 현대적 스트리트 댄스 무브를 결합해 대형 무대로 확장한 '탈바꿈'이 그 주인공. 초연과 재연을 거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검증받은 두 작품은 살아 숨 쉬는 가장 트렌디한 예술'이 무엇인지 증명할 준비를 마쳤다.
춤으로 그린 수묵화...시공간을 초월한 감각의 전이, '몽유도원무'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명작 '몽유도원도'가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인다면 어떤 모습일까. 2022년 초연과 2024년 재연을 거치며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았던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 '몽유도원무'는 올해 세 번째 무대로 돌아온다. 이번 공연은 오는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몽유도원무'는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몸과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 온 현대무용 안무가 차진엽과 국립무용단의 만남 자체로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차진엽 안무가는 그림 속 굽이굽이 펼쳐진 한국의 산세를 창작의 원천으로 삼아, 현실 세계의 고단함과 험준한 여정을 지나 이상 세계인 도원에 이르는 과정을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이 작품은 시각과 청각, 공간을 다루는 세련된 연출을 자랑한다. 몽환적인 음악과 함께 무대를 가득 채우는 미디어아트는 관객으로 하여금 거대한 수묵화 그림 속을 직접 거니는 듯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국립무용단원 개개인의 깊은 호흡과 섬세한 춤 선은 동시대적인 미장센 속에서 생동감 있게 살아난다. 한국춤이 오늘의 무대 위에서 어디까지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그 한계를 확장해 보여준다.
LED 탈을 쓴 무용수들, 탈춤의 고정관념을 깨부순다...'탈바꿈'
'몽유도원무'가 깊은 탐색을 통해 이상향을 그렸다면, 그 뒤를 잇는 '탈바꿈'은 시각적 파격과 역동적인 에너지로 극장을 뒤흔들 예정이다. 2024년 국립무용단 '안무가 프로젝트'를 통해 소극장 무대에서 청년 단원들과 첫선을 보였던 이재화 안무의 '탈바꿈'은 올해 25분에서 60분짜리 대작으로 몸집을 불려 해오름극장 대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다. 향후 미국 무대 진출까지 앞두고 있어 K무용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줄 킬러 콘텐츠로도 주목받고 있다.
"버티는 것으로 시작해 희망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았다"는 안무가 이재화의 말처럼, 이 작품은 전통 탈춤의 해학과 그 이면의 정서를 현대의 서사로 치환한다.
가장 직관적인 파격은 탈 그 자체에 있다. 무용수들은 나무나 종이로 만든 전통 탈 대신, 공연장 콘솔에서 실시간으로 제어되는 LED 탈을 쓰고 무대에 오른다. 빛의 변화에 따라 탈의 종류와 캐릭터가 바뀌고, 그에 맞춰 무용수의 정체성과 움직임도 즉각적으로 탈바꿈한다.
여기에 한국 전통 춤사위는 물론, 웨이브나 팝핑 같은 스트리트 댄스 요소와 즉흥적인 현대적 움직임이 가미되어 시종일관 속도감 있고 힙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전통의 계급이나 서사를 물리적·개념적으로 뒤흔들며 관객에게 짜릿한 시각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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