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서 발화
“불이야” 소리에 300명 자력 대피
문화재 8점 국립고궁박물관 이송 완료
10일 오전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1시간 35분여만에 진화됐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전시 중이던 문화재 일부는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송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2분께 서울 종로구 조계사 내에 위치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 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오전 10시 39분 화재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11시 36분께 초진에 성공해 11시 57분께 완진됐다.
이날 화재 현장에는 소방 142명을 비롯한 구청, 경찰 등 인력 총 306명과 장비 55대가 동원됐다. 국제회의장 내에 있던 100명, 기념관 내에 있던 200명 등 시민들과 조계사 스님들은 자력으로 긴급 대피했다. 이 화재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재산피해는 조사 중이다.
이날 기도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에서 조계사를 찾은 고 모씨(85)는 “대웅전에서 기도를 하다 오전 10시 30분쯤 불이 났다고 해서 다들 급하게 밖으로 대피했다”며 “처음에는 연기가 심해 건물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합창단 연습을 위해 조계사에 방문한 윤 모씨(72)도 “불이 났다고 해서 조계사에 있던 인원이 모두 나와 대웅전 앞마당에 앉아있었다”며 “화재 현장을 멀리서 지켜봤는데 계속 연기가 나 겁이 났다”고 말했다.
한편 화재가 발생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는 봄철 기획전이 진행되고 있어 국보 2건 9점, 보물 5건 9점을 포함해 총 21건 33점의 유물이 전시되고 있었다. 지난 2024년 5월 국보로 지정된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등도 포함돼 있다.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 스님은 “화재가 전시실과 지하 수장고로 확산되지는 않아 문화재들은 안전하게 보존되어 있다”며 “연기 등으로 인한 피해 우려로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으로 문화재를 이송중”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유물 8점이 이송됐으며, 남아 있는 유물은 현장 상황에 따라 이송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정소영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장은 “비지정유물 6점과 전남유형문화재 2점 등 총 8점을 이운 준비하고 있다”며 “이송된 유물들은 국립고궁박물관 지하 수장고에 보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문화재들은 화재 진압 과정에서 파손된 불교중앙박물관의 입구와 보안시설이 복구되면 다시 불교중앙박물관으로 반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