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 희생자의 친자녀 뿐 아니라 사후양자한테도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규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지난달 29일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사건법) 제18조의2 제2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1948년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에서 내란실행죄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강모씨(망인)는 1950년에 사망했다. 2021년 재심을 통해 망인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망인의 친딸인 A씨와 망인의 아내가 1987년에 사후양자로 들인 B씨는 2022년 무죄판결에 따라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4·3사건법에선 사후양자를 포함해 형사보상 청구 당시 상속인에게 보상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귀속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친생자와 사후양자가 형사보상청구권을 공동으로 상속받는 건 양성평등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며 2024년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적법하게 선정된 사후양자는 양부모의 친생자와 동일한 지위를 가진다”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후양자는 호주가 직계비속 없이 사망한 경우, ‘가의 계승’을 위해 양자를 선정하도록 한 제도다. 1991년 1월 사후양자 제도가 폐지됐지만, 그 전에 적법하게 선정된 사후양자는 양자의 신분을 계속 유지한다.
헌재는 제주도의 특수성에도 주목했다. 헌재는 “제주4·3평화재단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4·3사건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 가운데 남자가 79.1%였고, 사건 당시 20대 사망자가 41%에 달했다”며 “이처럼 직계비속 없는 희생자가 많아, 제주도에는 사망한 희생자의 3촌 또는 5촌 조카를 사후양자로 보내 제사봉행 및 분묘관리를 맡게 하는 관습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어 “이런 관습은 제주도민에게 친족 공동체가 희생자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주요한 방식으로 기능했고, 사후양자 역시 오랜 기간 스스로를 희생자의 직계비속으로 인식했다”고 덧붙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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