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사랑하고 책임지는 법 가르쳐야 할 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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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사랑하고 책임지는 법 가르쳐야 할 때죠"

성교육은 학교에서 꽤 불편한 주제다. 교사와 학부모는 대립된 감정에 휩싸여 고민에 빠지곤 한다. 10대에게 꼭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괜한 호기심을 부추겨 학업을 방해할까 걱정한다. 불필요한 논란과 민원에 얽히고 싶지 않은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청담동에서 개업 9년 차 산부인과 전문의로 활동 중인 김지연 원장(사진)은 지난 29일 “언제까지 낙태 비디오를 틀어주며 경각심을 일깨우는 교육만 할 수는 없다”며 “제대로 사랑하며 나를 지킬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자타공인 ‘성교육 1타 강사’로 불린다. 몇 년 전부터 그가 운영하고 있는 두 개 유튜브 채널 ‘산부인과 의사언니’(구독자 29만 명)와 ‘숏부인과’(32만 명)가 인기를 끌며 주목받았다. 그는 “온라인에서 민간요법으로 폐경이나 월경 불순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 등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이 많아 우려스러웠다”며 “부인과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했다.

김 원장은 동영상을 통해 마치 학원 강사처럼 칠판에 판서해 가며 강의한다. 어려운 의학 정보를 한눈에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다. 또렷한 발음과 전달력도 강점이다. 의대 재학 시절 입시학원에서 강사 아르바이트를 했을 정도로 말하기에 소질을 느꼈다고 한다.

김 원장은 “산부인과가 분만과 임신만 다루는 곳이라는 인식이 점점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성병과 피임, 부인과 질환을 상담하고 예방하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한 아버지가 스무 살 된 딸에게 피임을 가르쳐주고 싶다며 상담하러 온 일도 있어 놀랐다”며 “혼전 성관계를 무조건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일선 학교 성교육과 관련해선 “성교육의 기본은 사랑하는 법과 책임지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돼야 하는데, 방어적이고 폐쇄적인 교육을 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교육 강사 풀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김 원장은 “강사로 산부인과 전문의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교육당국이 요청하면 마다하지 않을 의사가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저 역시 공교육 현장에서 부르면 적극 나설 용의가 있다”고 했다.

학창 시절 제대로 성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이 대부분인 만큼 ‘어른들을 위한 성교육’도 절실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성관계를 하지 않았는데도 임신을 무서워한다거나 생리를 하지 않는데도 임신을 의심하지 않는 등 성 문제와 관련해 ‘무지’에 가까운 20~30대가 많다는 것. 그는 “30대인데도 이 정도 기초 상식이 없나 싶을 때가 적지 않다”며 “제대로 된 성교육을 위해서라도 유튜버 활동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사진=이솔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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