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야기는 삼가주세요"…MZ들의 '파격 상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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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비신부가 양가 상견례 자리에서 활용하기 위해 제작한 PPT 첫 화면.  /네이버 블로그 ‘진경뿌’ 캡처

한 예비신부가 양가 상견례 자리에서 활용하기 위해 제작한 PPT 첫 화면. /네이버 블로그 ‘진경뿌’ 캡처

“어머님, 아버님. 지금부터 저희가 준비한 결혼 계획서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팸플릿을 함께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는 9월 결혼을 앞둔 이지연 씨(28)와 김도윤 씨(32)는 지난 5월 양가 상견례 자리에서 직접 제작한 발표 자료(PPT)를 선보였다. 첫 장에는 상견례 진행 안내 문구가 담겼다. ‘오늘만큼은 우리 아들, 우리 딸이 아니라 우리 사위, 우리 며느리라는 표현으로 서로의 자녀를 칭찬해 주세요’ ‘예물·예단과 돈, 종교, 정치 이야기는 가급적 삼가주세요’ 등의 문구를 넣었다. PPT를 준비한 이씨는 “첫 장부터 분위기를 풀 수 있도록 재미있게 구성했다”며 “그 덕분에 딱딱하고 어색할 수 있는 자리가 훨씬 화기애애해졌다”고 말했다.

◇상견례에서 미래 자녀 얼굴 공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상견례 PPT’가 새로운 결혼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형식적인 상견례 대신 양가 부모가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예비부부들이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한 예비부부의 상견례 PPT 발표 영상이 조회수 37만 회를 기록했다. ‘#상견례PPT’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100건이 넘는다. 네이버 카페 ‘다이렉트 결혼준비’에는 상견례 PPT 관련 게시물이 약 750건 올라와 있다. 예비부부들이 준비하는 PPT에는 신랑 신부 및 가족 소개, 연애 과정, 신혼집 및 주거 계획,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미래 자녀 이미지 등이 담긴다.

상견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각종 이벤트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신랑 신부의 어린 시절 사진을 맞히거나 직장, 취미 등을 주제로 한 상견례 퀴즈쇼도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4월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한 ‘상견례 퀴즈쇼’ 영상은 조회수 4만 회를 넘겼다. 지난 5월 결혼한 최모씨(32)는 상견례에서 양가 부모를 두 팀으로 나눠 퀴즈 이벤트를 진행했다. 우승 상품으로는 1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준비했다. 최씨는 “부모님들이 부담스러워하실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다”며 “주변에서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비슷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품 추첨하는 결혼식

상견례뿐 아니라 결혼식 문화도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정형화된 예식 대신 신랑 신부가 기획한 ‘참여형 결혼식’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신랑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입장하거나, 신부와 아버지가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버진로드를 걷는 등 유쾌한 연출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전통적인 주례를 생략하고 양가 부모가 편지를 읽거나, 예식 2부에서 하객 대상 러키드로를 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결혼한 김미화 씨(31)는 “하객 입장에서는 길고 딱딱한 결혼식이 지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모두가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축제 같은 결혼식을 만들고 싶어 주례를 없애고 2부에 러키드로 행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를 개인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MZ세대는 기존 틀에 얽매이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결혼식 역시 획일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개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이 기자 clai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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