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 반도체 기반 미비와 중국의 추격,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민간 중심의 반도체 혁신·성장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26조원으로 계획됐던 재정 투자 규모를 33조원으로 확대한다. 첨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투자 지원이 18조1000억원에서 21조6000억원으로, 인프라 구축 지원이 3조1000억원에서 5조1000억원으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 및 인재확보 등 재정사업이 5조2000억원에서 6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우선 첨단 소부장 중소기업 대상 투자보조금을 신설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의 공급망 안정품목·전략물자를 생산하는 소부장 기업에 신규 투자액의 30∼50%를 국가가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지원 한도는 건당 150억원, 기업당 200억원이다. 중소기업은 수도권 40%·비수도권 50%, 중견기업은 수도권 30%·비수도권 40%의 지원율이 적용된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을 통한 반도체 저리 대출도 3조원 이상 추가 공급한다. 반도체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보증 비율을 현행 85%에서 95% 이상으로 확대하고, 한도도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늘린다.
반도체 인프라 구축을 촉진하기 위한 각종 지원책도 마련됐다. 정부는 용인·평택 등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송전선로를 땅에 매립하는 지중화 비용에서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의 70%는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이는 국회에서 계류 중인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되어야 한다.
투자 규모 100조원 이상 대규모 클러스터에 제공하는 전력·용수 등 인프라 국비지원 한도를 최대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리고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인프라 구축 비용의 최대 50%를 국비로 지원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기업이 반도체 분야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대학·연구기관 신진 석·박사 인력들에 일 경험이 될 수 있는 연수·연구 프로그램도 신설하기로 했다.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국내 체류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수도권에 몰린 반도체 아카데미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
이번 투자 규모 증가분 가운데 2조5000억원은 정부 재정이 직접 투입되고, 나머지는 정책 금융과 한국전력공사 부담분(송전선로 지중화) 등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가 재정 집행이 필요한 5000억원가량은 조만간 발표할 정부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