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야, 日 외상으로 취임식 첫 참석
손정의, 트럼프 첫 기자회견 배석
아베 여사는 지난달 트럼프와 회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일본 정부와 민간이 사실상 ‘원 팀’으로 미국 각계를 접촉하는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사흘 만에 ‘팀 저팬(Team Japan)’은 트럼프 대통령,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 주요 인사를 공식 회담, 기자회견 등으로 대부분 접촉했다. 정부 각료, 기업인, 민간 채널까지 동원한 적극적인 팀플레이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일본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일본은 다음 달 초 개최를 목표로 추진 중인 미일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부담, 관세 인상, 대미 투자기업 압박 등 자국에 약점이 될 의제를 정리하면서 미국과의 본격적인 외교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처음 연 기자회견에서 일본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배석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규모 인공지능(AI) 투자 계획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손 회장과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를 앞세웠다. 소프트뱅크, 오라클, 오픈AI가 합작해 설립하기로 한 AI기업이 스타게이트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투자금은 (내가 아니었으면) 보통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 특히 중국으로 갔을 돈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기 때문에 투자 결정을 내렸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정부 공식 요인으로는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일본 외상이 직접 나섰다. 일본 외상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건 처음이다. 이와야 외상은 20일 미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 인도, 호주 외교장관과 함께 연단 세 번째 줄에 앉았다.
이와야 외상은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미일 외교장관 회담과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했고, 트럼프 행정부 최고 실세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장을 외교 무대로 톡톡히 활용한 것이다. 이와야 외상은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루비오 장관에게 “앞으로는 (이름인) 다케시로 불러달라”고 했고, 루비오 장관은 이와야 외상에게 “마코라고 불러 달라. 마르코 폴로는 아니다”라고 농담을 걸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도 힘을 보탰다. 지난달 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아베 여사는 이번 취임식에 참석해 루비오 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만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 아베 여사가 1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만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곧바로 외교 교섭에 나섰다”며 역대 일본 총리들은 미국 새 정부 출범 직후 방미해 정상 외교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내달 초 열릴 가능성이 높은 미일 정상회담 등에서 일본 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동아시아 파트너’로서 존재를 확고하게 어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야 외상은 “새로운 미일 동맹의 좋은 시작을 할 수 있었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윈윈 관계를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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