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체코 법원이 7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전 본계약을 하루 앞두고, 이에 대한 서명 중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업계는 7일 계약은 어렵더라도 계약 자체가 무산된 건 아닐 것으로 보고 있지만, 우리 대통령 특사단과 국회 대표단이 이미 체코 총리와 상원 의장 등 주요 인사를 만나러 현지를 찾은 상황에서 막판 돌발 변수가 발생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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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두코바니 원전 1~4호기. (사진=체코전력공사 홈페이지) |
6일 체코 현지 언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체코 법원은 6일(현지시간) 체코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건설 사업을 발주한 체코전력공사의 자회사 EDUⅡ와 한수원의 최종 서명을 하지 말라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막판까지 경쟁했던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이의제기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EDF는 체코 측이 지난해 7월 한수원을 이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자 같은 해 10월 체코 경쟁당국(UOHS)에 이의를 제기하며 발목을 잡아 왔다. UOHS도 EDF의 이의제기 후 이를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계약체결 보류 조치를 했고, 올 3월로 예정됐던 본계약도 미뤄졌다.
그러나 체코 경쟁당국이 지난달 24일 EDF의 이의제기를 최종 기각하며 보류 조치를 해제하며 모든 걸림돌이 해소된 듯 부였다. 실제로 체코 정부는 30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원전 건설 예산안을 승인하고 본계약 체결 일자도 5월7일(현지시간)로 확정했다.
문제는 EDF가 UOHS의 결정에 반발해 다시 한번 체코 현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체코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판결 전까지 계약을 중단시키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체코 측 계약 당사자인 EDUⅡ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EDF 측에 대한 법적 대응도 시사했지만 법원이 가처분 조치를 한 만큼 예정된 일정 내 본계약은 어렵게 됐다.
한국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 이미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대통령 특사단,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박성민·강승규·박상웅(이상 국민의힘)·허성무(더불어민주당)·이주영(개혁신당) 등 여야 의원이 함께 한 국회 특별방문단이 본계약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체코를 찾은 상황이다.
이들은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밀로시 비스트르칠 체코 상원 의장 등을 만나 양국이 원전산업 협력을 매개로 인프라와 첨단산업에 걸쳐 더 전략적이고 포괄적인 관계로 발전하기 위한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정부와 한수원 등은 현지 도착과 함께 체코 정부 및 EDUⅡ 측과 현 상황을 파악하고 사후 대책을 논의하는 데 분주한 상황이 됐다.
예정된 본계약 일정이 무산되더라도 한수원의 26조원 규모 현지 원전 사업 수주는 차질 없을 가능성이 크다. 체코 정부와 계약 당사자인 EDUⅡ의 추진 의지가 크기 때문이다. UOHS 조사 과정에서도 체코 정부는 한수원과의 계약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왔다.
그러나 체코 법원의 계약 중지 가처분 결정과 양국의 정치 일정상 계약 당사자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오는 6월3일 대선으로 정권이 바뀔 예정이다. 체코 정부 역시 올 10월 선거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