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수석에 '마당발' 4선 중진…野와 소통·협치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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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 초기 인선은 안정에 무게 >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급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에 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민정수석비서관과 홍보수석비서관에 각각 오광수 대륙아주 변호사와 이규연 전 JTBC 대표를 임명했다. 왼쪽부터 우 전 의원, 강 비서실장, 오 변호사, 이 전 대표.   김범준 기자

< 李, 초기 인선은 안정에 무게 >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급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에 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민정수석비서관과 홍보수석비서관에 각각 오광수 대륙아주 변호사와 이규연 전 JTBC 대표를 임명했다. 왼쪽부터 우 전 의원, 강 비서실장, 오 변호사, 이 전 대표. 김범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 8일 임명했다. 민정수석에는 오광수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를, 홍보소통수석에는 이규연 전 JTBC 고문을 선임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이 대통령이 ‘모든 국민을 섬기고 아우르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강한 의지에 따라 국민 통합과 소통을 책임질 적임자를 선택했다”며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우 수석은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민주당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다. 여야를 아우르는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인 오 수석은 대검찰청 중수부 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대구지검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이 수석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논설위원과 JTBC 보도국장, 보도 담당 대표 등을 역임했다.

'깜짝발탁' 아닌 '안정' 선택…정치인·정통관료·교수 등 중용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4일째인 8일 대통령실 참모 중 실장 3명과 수석 5명에 대한 인선을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인선은 ‘깜짝 발탁’보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 많다. 중량급 정치인, 정통 관료 출신, 깊은 인연이 있는 교수 등이 중용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곧장 출범한 정부인 만큼 손발을 맞춰본 인사를 중심으로 국정을 속도감 있게 운영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우상호 수석, 여야 소통창구 맡는다

이날 정무수석으로 임명된 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98년 정치에 입문해 국회의원만 네 차례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86운동권(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 그룹의 대표주자로 불리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보다 정치 선배다. 정치권에서는 정무수석을 맡기에 넘치는 경력을 보유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정무수석은 초선 혹은 재선급 전직 의원이 하는 사례가 많았다.

여권에서는 우 수석이 대통령실과 입법부 관계를 총괄하는 ‘조율자’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에게 수시로 조언하는 ‘왕수석’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우 수석은 야당인 국민의힘 중진과 가장 원만하게 지내는 여권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아 여당 의원 수십 명의 마음을 돌려 가결시킨 적이 있다. 우 수석은 여당 초재선 의원들이 무리한 입법을 추진할 때 이를 자제시킬 적임자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 경험이 풍부하고 새로 선출될 여당 지도부에 언제든지 자신의 의견을 전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우 수석은 평소에도 일부 민주당 초재선 의원의 입법 드라이브에 “자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왔다고 민주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우 수석이 정치 후배이자 11세 어린 강 비서실장과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하지만, 여권 내에선 “두 사람이 워낙 가까운 사이인 데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을 위해 직책과 서열 관계는 신경 쓰지 않는 실용주의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우 수석은 1987년 민주화 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부의장을 지낸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1998년 고건 국민회의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본부 부대변인으로 정치권에 입문했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 처음 배지를 달았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19대부터 21대까지 내리 당선됐다. 민주당 전신 정당에서 여러 차례 대변인을 지내고, 당에서는 원내대표 및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맡았다. 지난 대선 때 총선에 불출마했다. 계파색은 상대적으로 옅은 편이다.

언론인 출신인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중앙일보 기자로 입사해 JTBC 고문을 지냈다. 강 실장은 “한국인 최초로 미국탐사보도협회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주목받아 왔다”며 “새 정부의 개혁 의지와 국민 소통을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상징성보다 안정 택한 李대통령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초기 인선이 ‘안정’과 ‘속도’를 목표로 꾸려졌다는 분석이 많다. 강 실장과 우 수석,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강유정 대변인,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등은 모두 민주당 의원 출신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지켜보고 검증한 인물이라는 의미다. 하준경 경제성장수석과 문진영 사회수석, 류덕현 재정기획 보좌관 등은 교수 출신이지만 이 대통령과 오랫동안 소통해온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정통 관료다.

여권 관계자는 “상징성을 위해 튀는 인물을 주요 보직에 앉히기보다 실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인물을 적극 기용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역대 대통령의 초대 대통령실 인선과 비교하면 ‘깜짝 발탁’이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인수위 없이 정부를 출범해야 했는데 당시 조국 민정수석 등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졌다. 네이버에서 일했던 윤영찬 국민소통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등도 예상 밖 인물이었다. 다른 대통령들은 보통 인수위 기간 동안 새로운 인물을 발탁했다가 이들 중 일부를 대통령실 참모로 활용했다.

김형규/최형창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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