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 고수'의 투자 비책…ISA로 배당주·해외주식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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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한 투자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세금을 아껴 투자 수익률을 높이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다. 매매 차익에 세금이 붙는 해외주식형 상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절세 계좌인 ISA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ISA가 자산 증식을 위한 ‘국민 통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절세 고수'의 투자 비책…ISA로 배당주·해외주식 산다

국민 통장 자리 잡은 ISA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SA 가입자는 지난 9월 말 기준 668만9435명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서만 가입자가 70만 명 넘게 늘었다. 가입 대상인 만 19세 이상 국민 여섯 명 가운데 한 명이 ISA에 가입한 셈이다. 2016년 ISA 계좌 제도가 도입된 지 10여 년 만의 성과다.

ISA는 대표적인 절세 계좌다. 최소 3년간 유지하면 세금을 줄여준다. ISA 계좌를 통해 얻은 이익은 200만원까지 비과세다. 20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에는 9.9% 세율을 적용한다. 국내주식 배당이나 해외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매매 차익 등에 적용하는 배당소득세(15.4%)보다 세율이 낮다. 국내주식, 채권, 펀드, (ETF),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어 ‘만능 통장’이라고도 불린다.

연간 급여가 5000만원 이하라면 비과세 한도가 400만원인 서민형에 가입할 수 있어 절세 효과가 더 크다. 서민형 계좌에서 얻은 이익은 400만원까지 비과세다. 상품별 손익을 합산해 과세 대상 금액을 계산하기 때문에 일반 계좌보다 세 부담도 줄어든다. 일반 계좌에서는 한 상품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상품에서 수익이 났다면, 이익을 낸 금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

최대 5년간 1억원까지 투자 가능

계좌에 납입할 수 있는 한도는 연간 2000만원이다. 최대 5년 동안 1억원까지 입금할 수 있다. 만약 한 해에 납입 한도를 채우지 못했다면 이월할 수도 있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당장 투자금이 부족해도 ISA 계좌를 개설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일단 계좌를 만들어 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한도가 1억원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ISA에 가입할 수 없다. ISA 가입일을 기준으로 직전 3년 내에 한 번이라도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됐다면 가입이 불가능하다. 다만 ISA 가입 이후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되더라도 계좌는 유지할 수 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자 여부는 가입 시점 기준으로 판단한다.

최소 3년간 계좌를 유지해야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중간에 돈이 필요해 인출해도 특별한 ‘페널티’는 없다. 다만 인출한 금액만큼 해당 연도의 입금 한도는 줄어든다. 예를 들어 ISA에 2000만원을 입금했다가 1500만원을 인출했다고 가정하자. 계좌에 남은 금액은 500만원이지만 같은 해에 추가로 입금할 수는 없다. 1년에 2000만원이라는 입금 한도를 이미 소진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ISA를 만기 해지한 뒤 이 자금을 개인형퇴직연금(IRP)이나 연금저축으로 옮기면 추가 절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한 번에 최대 3000만원까지, 이전 금액의 10%인 최대 3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과 IRP의 연간 세액공제 한도인 900만원과는 별개다. ISA 만기 자금을 연금 계좌로 이전하면 1년에 최대 1200만원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16.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받는 사람이라면 세액공제 금액이 최대 198만원으로 늘어난다. 단 ISA 해지 후 60일 이내에 자금을 입금해야 한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

고배당주·해외 ETF로 ‘머니무브’

절세계좌에 가입한 ‘투자 고수’들은 어떤 상품에 투자했을까. 미래에셋증권에 개설된 ISA 가운데 가입 이후 수익률 상위 10%에 해당하는 가입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본 결과 해외주식 ETF와 국내 대형주 및 배당주에 주로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 고수들은 국내주식 중 삼성전자(1위)와 삼성전자우(2위), SK하이닉스(3위)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 상승세에 올라탈 수 있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자금이 몰렸다. 배당소득세를 줄일 수 있는 절세 계좌인 만큼 우리금융지주(4위) 하나금융지주(7위) 등 배당수익률이 높은 금융주도 상위권에 올랐다. 국내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ETF인 ‘PLUS 고배당주’도 주요 투자 대상이었다.

투자 고수가 선택한 ETF는 대부분 미국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인 것으로 집계됐다. ‘TIGER 미국S&P500’ ‘TIGER 미국나스닥100’이 각각 1, 2위에 올랐다. 금에 투자하는 ‘ACE KRX금현물’(3위) 비중도 높았다.

ISA 전체 가입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해외주식으로의 자금 유입이 뚜렷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중개형 ISA에서 국내주식에 투자한 비중은 33.4%, 해외 투자 ETF에 투자한 비중은 31.8%로 집계됐다. 2년 전만 해도 국내주식 비중이 44.1%, 해외 투자 ETF 비중은 4.1%에 불과했지만 빠르게 자금이 이동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국내주식은 매매 차익이 비과세기 때문에 배당에 대한 절세 효과만 누릴 수 있다”며 “ISA 계좌를 통한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매매 차익에 세금이 붙는 해외 자산이나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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