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강단 떠나게 됐다" 은퇴 선언…정치 입문설은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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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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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12·3 계엄 이후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해 논란을 빚었던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은퇴를 선언하며 14일 수험생 카페에 장문의 공지글을 남겼다.

전 씨는 이날 입장문에서 "오늘부로 26년간 몸담았던 강단을 떠나게 됐다"며 "돈 잘 벌고, 인기 많고 존경받던 길을 버렸다. 일제강점기 고문을 당하며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을 생각하면, 지금 내가 감내하는 희생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택을 '독립운동가의 마음'으로 내렸다고 강조하며 "당시 독립운동가의 가족들도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나의 가족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분들을 생각하면 지금의 고통은 작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진실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공지글에는 그의 강사 인생과 함께, 경영 실패로 25억 원의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로 살아야 했던 시절, 이후 노량진에서 공무원 한국사 강사로 재기한 이야기도 담겼다. 전 씨는 "작년 연봉 60억 원에 소득세로 27억5000만원을 납부했고, 과거에는 모범 납세자상을 받기도 했다"며 과거를 돌아봤다.

그는 "작년 말 소속사와 장기 재계약을 맺었지만, 시국이 악화하며 더는 침묵할 수 없었다"며 정치적 발언과 '시국 선언'의 배경도 설명했다.

전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꽃보다전한길'을 통해 '대한민국의 분열은 언론이, 위기는 사법부가, 혼란은 선관위가 초래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고,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고발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이건 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다"며 "가족의 반대와 친구들의 만류 속에서도 지난해 1월 25일 아스팔트 위에 섰고,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법치, 공정, 상식을 외쳤다"고 회상했다.

또한 "'정치하려는 거냐, 왜 역사 강사가 정치 이야기를 하느냐'는 말도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드러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제2의 홍콩, 중국의 속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현 정권과 언론, 선관위, 강성노조, 교육계를 강하게 비판하며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면 법치와 공정, 상식도 사라질 것이고, 그때 침묵한 내 삶을 후회할 것 같아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메가공무원과의 계약 종료는 이미 지난 2월에 합의된 사항이라며 "수강생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시험 일정이 끝난 지금에서야 공지를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지막 강의까지 완강을 마쳤고, 수강 중인 학생들이 피해 보지 않도록 기존 강의는 끝까지 제공된다"고 밝혔다.

소속사 메가공무원은 이날 공식 공지를 통해 전한길 씨의 은퇴를 알렸다. "전한길 선생님의 은퇴로 인해 메가공무원과의 계약이 종료됐다"며 2025년 시험 대비용 신규 강의는 제작되지 않고, 기존 강의는 2026년 10월 31일까지 수강 신청 및 이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 씨는 은퇴 이후 '전한길뉴스'라는 언론사를 설립했다. 그는 이에 대해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만든 언론이라며, 좌파 전체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했다. 또한 자기 삶의 롤모델로 도산 안창호를 꼽으며 "청년세대와 미래세대에게 빚을 깊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공지글 말미엔 그가 서른 무렵 정리했다는 '전한길 인생 십계명'도 공개됐다. "삶의 기준은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않는 것", "말을 절제하고, 분노를 다스리며, 하루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 등 기독교적 묵상 중심의 문구들이 포함됐다.

전 씨는 마지막으로 "많이 부족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로서 일관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이 계명을 매일 묵상했기 때문"이라며 "종교가 다르더라도 자신에게 맞게 변형해 활용해보시라"고 권했다.

한편 전 씨는 앞서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정치적 발언 이후 학생들이 회사에 많은 압박을 가했고, 강사에 대한 불만도 컸다"며 "정치권에 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하며 정치 입문설을 일축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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