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관세로 해결하겠다는 트럼프…“태국·캄보디아 휴전 안하면 36% 부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격화한 태국·캄보디아 무력 충돌 중재에도 나섰다. 수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무기인 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서 자기가 태국과 캄보디아의 휴전을 중재하기 위해 각국 정상과 통화했다면서 “양측은 즉시 만나 휴전 그리고 궁극적으로 평화를 신속히 가능하게 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측 모두 즉각적인 휴전과 평화를 원한다”며 “양측은 또 미국과 ‘무역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기를 원하는데 우리는 싸움이 끝날 때까지 그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국가가 앞으로 수년간 잘 지내기를 바란다. 난 모든 게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면 양국과 우리의 무역 합의를 체결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이 미국의 휴전 중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우리는 현재 양국 모두와 무역 협상을 하고 있지만 양국이 싸운다면 어느 한 국가와도 협상을 타결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난 그들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에 서한을 보내 8월 1일부터 태국과 캄보디아에 모두 36%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양국은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는 27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 제안에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태국 외교부는 원칙적으로 휴전에 동의하면서 “캄보디아 측의 진정성 있는 의사를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휴전이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27일 오전 캄보디아 북부와 태국 북동부 국경 지역에서는 나흘째 교전이 계속 벌어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그레고리 폴링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 동남아 전문가는 미국의 휴전 중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양국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을 앞세워 휴전을 중재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만약 태국과 캄보디아가 휴전에 합의했는데, 두 국가 중 하나라도 8월 1일 전에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한다면, 이는 ‘미국의 배신’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지난 23일 국경에서 지뢰 폭발로 태국 군인 5명이 다친 뒤 24일부터 본격적인 교전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양국에서 최소 3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817㎞에 이르는 국경과 고대 사원의 소유권 문제로 수십 년간 갈등을 빚어왔다.

이번 충돌에서 양국의 실력자인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와 훈 센 캄보디아 상원의장 간 개인적 관계도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둘은 30여 년 전부터 ‘의형제’를 맺을 만큼 절친했지만 최근 돌연 훈 센 의장이 탁신 전 총리와 그의 딸인 패통탄 친나왓 총리를 공격하면서 양측 관계가 악화했다.

1992년 통신 사업을 하던 탁신이 캄보디아에 진출했을 때 훈 센 당시 총리를 만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에게 훈센은 도피처를 제공했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영토 분쟁을 이유로 태국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훈 센의 자금줄인 카지노 산업에 불똥이 튀었다. 앙금을 가진 훈 센은 복수에 나섰다.

지난 5월 영유권 분쟁지인 국경 지대에서 소규모 교전을 벌여 캄보디아군 병사 1명이 숨지면서 긴장이 높아졌다. 패통탄 총리는 훈 센에게 전화해 그를 ‘삼촌’이라고 친근하게 불렀다. 그러면서 국경 지대 부대를 지휘하는 분씬 팟깡 태국군 제2군 사령관이 자신의 반대 진영 인물이라면서 “그가 하는 말은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우리는 국경에서 충돌이 일어나기 전의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훈 센은 이런 통화 내용을 녹음한 뒤 자국 정치인 약 80명에 공개했다. 온라인에 퍼진 통화 내용을 접한 태국 여론이 발칵 뒤집혔고, 태국 헌법재판소는 패통탄 총리가 태국군을 모욕해 헌법 윤리를 위반했다는 해임 심판 청원을 받아들여 그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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