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요국과의 무역 협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를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깜짝’ 정상회담을 했다. 당초 예정에 없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통화한 후 전격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은 지난 25일 예정됐던 ‘2+2(재무·통상장관) 협상’이 연기되면서 다음달 1일 유예 시한이 만료되는 상호관세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EU 정상회담에 배석하기 위해 26일 스코틀랜드로 날아갔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4일 미국 워싱턴DC 상무부 청사에서 협상을 벌인 뒤 26일 러트닉 장관 자택으로 장소를 옮겨 이틀째 협상을 이어갔지만, 미국 측 협상단 주요 인사들이 미·EU 정상회담을 준비하느라 후속 협상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의 2+2 협상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던 미국 무역 협상의 ‘키맨’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중국과의 3차 무역협상에 나선다.
한미가 상호관세 유예 시한 이전에 협상을 타결할 마지막 기회는 오는 31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베선트 장관과 만날 계획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회담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공식 일정 없이 참모들에게서 실시간 보고를 받으며 전략 마련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조선 분야에 대한 미국 측의 높은 관심을 확인했고 양국은 조선 협력을 포함해 상호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조선 분야에서는 현지 조선소 건설 협력, 미국 군함 건조에 도움을 주기 위한 기술이전과 전문인력 양성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통상현안 긴급회의를 공동 주재했다. 회의에는 구 부총리, 조 장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문신학 산업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현지에서 영상으로 협상 상황을 보고했다.
앞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면서 “일요일(27일)에 대서양 통상 관계,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강력하게 유지할지 논의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EU 측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스코틀랜드 방문이 ‘트럼프 대통령 초청(upon invitation)’에 따라 성사됐다고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