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을 입은 두 남자가 막사 앞에서 음악을 듣고 있다. 한 사람은 먼 곳을 바라보고, 다른 한 사람은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겼다. 총성도 포연도, 치열한 전투 장면도 없다. 미국 화가 윈즐로 호머가 1863년에 그린 ‘즐거운 나의 집(Home, Sweet Home·사진)’이다. 호머는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1∼1862년 삽화가로서 병사들의 삶을 가까이서 관찰했다. 그림 속 두 남자는 북군 보병이다. 천막 앞 작은 냄비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양철 접시 위에는 딱딱한 군용 비스킷이 놓여 있다. 거친 전장 속 두 군인은 멀리서 들려오는 군악대 연주에 귀를 기울인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우리에게도 익숙한 ‘즐거운 나의 집’의 원곡이다. 영국 작곡가 헨리 비숍의 곡에 미국 극작가 존 하워드 페인이 가사를 붙인 이 노래는 1823년 오페라에 삽입되며 널리 알려졌다. 남북전쟁 중에는 향수병을 자극해 탈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한때 연주가 금지됐지만, 북군 장군 넬슨 마일스의 회고에 따르면 양측 군악대가 대치하다가도 한쪽에서 이 곡을 연주하면 모두가 따라 연주하곤 했다. 서로 총을 겨눈 적이었지만 집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같았던 것이다. 호머는 병사들을 영웅으로 미화하지 않았다. 노래를 들으며 고향을 떠올리는 평범한 인간으로 그렸다. 군복 아래에는 누군가의 아들이자 아버지, 남편인 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집을 아름답게 노래한 페인은 평생 가정을 이루지 못한 채 타국에서 외롭게 생을 마쳤다. 끝내 갖지 못한 집에 대한 그의 갈망은 전장의 군인들이 품었던 향수와 다르지 않았을 터다. 그림 속 두 군인은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평온한 집과 무사한 하루가 누군가의 헌신 위에 놓여 있음을 새삼 일깨운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전장에 울린 ‘즐거운 나의 집’[이은화의 미술시간]〈442〉
2 weeks ago
23
Related
[사설]‘남 탓 공방’만 하다간 집 한 채도 못 짓는다
9 hours ago
3
[사설]김지용, 정치 중립과 조직 정상화로 ‘적격’ 입증해야
9 hours ago
8
[사설]‘빨대 망언’ 추미애 다가서자 등 돌리고 흐느낀 소방관들
9 hours ago
9
[횡설수설/박희창]“월급 80%가 월세”
9 hours ago
3
[동아광장/정소연]떼인 돈에 우는 예술인들, 여전히 갈 길 먼 ‘권리 보장’
9 hours ago
6
[오늘과 내일/장택동]배우자에게 너무 팍팍한 상속과 증여
10 hours ago
6
[광화문에서/강경석]위증은 징역, 불출석은 벌금… 허점 메울 책임은 국회에
10 hours ago
6
[고양이 눈]숲속의 전시
10 hours ago
3
Tips
click
Trending
Popular
영탁 "임영웅과 자주 운동해, 축구 실력 1티어..장민호는 개발" [사당귀]
2 weeks ago
219
넷마블 ‘몬길: 스타다이브’, 1.4 대규모 업데이트…‘이자벨라’ 등장
2 weeks ago
211
주말 새 2금융권까지 해킹피해 확산에…당국, 4일 전 금융업권 협회장·금융사 대표 긴급 소집
1 week ago
210
Show GN: 믹스독 — 같은 구독으로 더 많이 쓰는 오픈소스 코딩 에이전트
2 weeks ago
203
임산부석 차지한 노인…다리 깁스한 34주 만삭 임산부는 결국
1 week ago
201
한국큐빅, 매출 67% 차지 안산공장 생산중단…부산공장으로 통합
2 weeks ago
200
승부 가리기엔 11회가 모자랐다…KT, 연장 접전 끝 롯데와 2-2 무승부→매직넘버 2
1 week ago
198
“군대 안가” 자랑한 축구대표팀에…안철수 “군대가 혐오시설? 군면제 없애야”
1 week ago
197
은행권 AI 연쇄해킹…공격서버에 ‘중국어 문자열’ 있었다는데
1 week ago
189
평택시흥고속도로서 트럭이 승용차 2대 추돌…트럭 운전자 사망
1 week ago
180
© Clint's Theme Park 2026. All rights are reserved

![[사설]‘남 탓 공방’만 하다간 집 한 채도 못 짓는다](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10/16/134857942.1.jpg)
![[사설]김지용, 정치 중립과 조직 정상화로 ‘적격’ 입증해야](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10/16/134857939.1.jpg)
![[사설]‘빨대 망언’ 추미애 다가서자 등 돌리고 흐느낀 소방관들](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10/16/134857978.1.jpg)
![[횡설수설/박희창]“월급 80%가 월세”](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10/16/134857900.1.png)
![[동아광장/정소연]떼인 돈에 우는 예술인들, 여전히 갈 길 먼 ‘권리 보장’](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10/16/134857896.1.jpg)
![[오늘과 내일/장택동]배우자에게 너무 팍팍한 상속과 증여](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10/16/134857894.1.jpg)
![[광화문에서/강경석]위증은 징역, 불출석은 벌금… 허점 메울 책임은 국회에](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10/16/134857890.1.png)
![[고양이 눈]숲속의 전시](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10/16/134856210.4.jpg)
![영탁 "임영웅과 자주 운동해, 축구 실력 1티어..장민호는 개발" [사당귀]](https://image.starnewskorea.com/cdn-cgi/image/f=auto,w=1200,h=645,fit=cover,q=high,sharpen=2/21/2026/10/2026100208562556697_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