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도권에서만 878건
전세사기 사태 이후 급증
경매에 넘어간 집인 줄도 모른 채 전세 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직접 집을 낙찰받은 사례가 최근 10년 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등으로 보증금까지 날린 상황에서 눈물을 머금고 조금이라도 손해를 막아보려는 모습이다.
22일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18일까지 수도권 경매 전셋집을 세입자가 낙찰받은 ‘셀프 낙찰’은 모두 878건에 달한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는 지난해의 427건 보다 2배 가까이 늘었으며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다.
셀프 낙찰은 대규모 전세 사기 문제가 불거진 2021년 223건에서 2022년 271건 등으로 4년 연속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역별로 서울은 올해 509건의 셀프 낙찰이 이뤄져 2012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았다. 수도권 전체 셀프 낙찰의 60%를 차지했다. 경기도는 276건, 인천은 93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낙찰가를 보면 이달 1~18일 수도권에서는 평균 감정가(2억6천768만원)의 79%인 2억1천60만원(이하 평균 금액)에 낙찰가가 형성됐다. 서울의 낙찰가는 2억726만원으로 감정가(2억5천786만원)의 80%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세 보증금이 집값보다 높은 깡통전세나 주인이 전세금을 떼먹은 전세 사기 등으로 경매에 넘어간 주택은 임차인이 은행 근저당보다 선순위권자로 설정돼 있으면 응찰자가 쉽게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낙찰받은 사람은 낙찰 금액 외에 임차인의 보증금까지 변제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물건은 유찰이 반복되며 경매 과정 자체가 오래 지연된다.
매각 물건 가격을 계속 낮춰도 응찰자가 나서지 않으면 법원이 경매 신청을 기각할 수 있는데, 이후 해당 물건이 다시 경매 시장에 나오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이런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자 전셋집을 낙찰받는 셀프 경매를 택한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피해를 본 곳에서 나가고 싶겠지만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낙찰받아 싼값에 판다든지 본인이 계속 산다든지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