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사고 위험 높은 집, 보증료 최대 30% 더 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 보증료 체계를 12년 만에 손질한다. 앞으로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주택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전세보증) 보증료가 최대 30%가량 오른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이른바 보증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면 보증료를 더 내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보증료 할인도 무주택자에게만 제공한다.

23일 HUG는 "전세보증 보증료 체계를 이같이 개편했다"며 "오는 3월 31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보증료를 위험이 클수록 높게, 적을수록 낮게 책정하는 것이다. 전세가 대비 매매가를 뜻하는 '전세가율'이 70% 이하면 현재보다 보증료를 최대 20% 인하한다. 반면 전세가율이 70%를 초과하면 최대 30%를 올릴 방침이다.

보증금 규모에 따른 위험도 감안한다. 보증금 구간을 4단계(0~1억원, 1억~2억원, 2억~5억원, 5억~7억원)로 세분화한 게 대표적이다. 보증금이 높을수록 보증료율이 오르게 설계했다. 예를 들어 보증금이 1억원 이하인 주택은 전세가율에 따라 보증료율이 0.097~0.137%로 책정된다. 하지만 보증금이 5억원 초과인 주택은 보증료율이 0.132~0.211%로 뛰게 된다. 보증금이 비쌀수록 보증료도 많이 내게 되는 셈이다.

보증료 할인 제도도 정비한다. 앞으로 유주택자는 보증료 할인을 받지 못한다. 현재 HUG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저소득자거나 한부모 가정, 독거 고령자에게 보증료를 최대 60% 깎아주고 있다. 신혼부부와 다자녀가구 등도 보증료를 최대 40% 할인받을 수 있다. 지금까진 이 요건만 충족하면 1주택자나 다주택자도 할인받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오직 무주택인 경우에만 할인 대상이 된다.

임차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보증료를 6개월 또는 12개월 단위로 무이자 분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기존 보증 가입자가 동일한 주택에 대해 보증을 갱신할 경우 1회에 한해 종전과 동일한 보증료율을 적용한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별 전세보증 보증료 지원 사업의 한도는 현행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린다.

HUG가 보증료 체계를 손질하고 나선 건 2013년 출시 이후 12년 만이다. HUG는 그간 0.1%대 보증료율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전세사기 여파로 보증사고가 늘고 HUG가 집주인 대신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는 대위변제 금액도 급증한 상황이다. HUG가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적자에 휘청이자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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