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대 구분의 논리를 흔드는 새로운 트렌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나이가 아니라 관심사와 가치관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퍼레니얼(Perennial)' 트렌드다. 원래 '다년생 식물'을 뜻하는 이 단어는 자신이 속한 나이의 고정관념이나 세대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로 소비 패턴을 결정하는 새로운 소비자 군집을 의미한다.
퍼레니얼 트렌드의 등장은 사실 한 개인의 삶이 나이와 사회적 역할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어진다는 전통적인 '순차적 인생 모형'이 무너진 현대 사회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제는 인공지능 전환(AX)시대의 고객 경험은 기존의 세대론으로 구분하고 설명할 수 없는, 퍼레니얼 소비 트렌드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AX시대의 핵심은 바로 인공지능(AI)이 제공하는 초개인화된 경험에 있다. AI는 고객 개개인의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적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주목할 점은 AI가 나이나 세대에 관계없이 모든 사용자와 동일한 방법과 수준으로 개인화된 대화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대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동시에, 모든 연령층이 동등한 수준의 브랜드 경험을 누릴 수 있게 만든다.
AI는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커피가 아닌 홈 바리스타 취미를 가진 사용자를 위해 커피 원두를 추천하며 세대간의 경계를 허물고 개인의 취향을 더욱 부각시킨다. 결국 AI를 통해 우리는 더 이상 세대가 아닌 어떤 취향을 가진 개인으로 브랜드를 만나게 될 것이다.
세대별 매체 습관을 겨냥한 마케팅의 효용은 줄어들고 취향 목적 기반의 맥락이 핵심 타기팅 단위가 되어야 한다. 대화의 인터페이스가 고객의 '자기정의'를 그대로 읽고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초개인화 능력은 고객 스스로도 자신의 취향을 더 명확하게 인식하게 만든다. AI와의 대화를 통해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나아가 AI는 개인의 취향 변화까지 실시간으로 포착한다. 과거에는 변화된 취향을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AI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브랜드는 고객의 취향 변화를 즉각적으로 감지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안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과 마케터는 기존 세대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취향 기반 마케팅으로 전환해야 한다. 더 이상 MZ세대 공략이라는 추상적인 목표 대신, 구체적이고 개인화된 고객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접근해야 한다. 결국 AI와 대화를 나누는 고객 의도를 기반으로 한 취향과 가치관을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해야 한다.
이제 마케팅의 성공 방정식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제품을 알리는가를 넘어, 개인의 취향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만족시키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AX시대는 더 이상 세대로 고객을 구분하는 시대가 아니다. 고객의 내면에 깊이 자리한 취향과 가치를 발견하고, 그들의 삶에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나이로 구분되는 세대의 개념은 과거의 좌표다. '그들의 나이'가 아니라 '그들의 세계관과 취향'을 우리는 얼마나 섬세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 새로운 좌표가 되어야 한다.
전상욱 HSAD 디스커버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