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병원 승계 막으면 지역 분만실도 사라진다

5 days ago 22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장·산부인과 전문의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장·산부인과 전문의 “신 원장님, 정부가 세제 개편을 하면서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병원을 뺀다네요. 어떻게 세금을 내야 하죠?” 최근 70세가 넘은 선배 산부인과 병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깜짝 놀라 검색해보니 사실이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이러면 산부인과는 다 망하겠네’였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확정되면 부모로부터 병원을 물려받는 데 필요한 것은 의사 면허와 진료 역량만이 아니다. 막대한 상속세를 감당할 현금도 필요해진다. 가업상속공제는 한 세대가 오랫동안 일군 기업을 다음 세대가 계속 경영할 경우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현 제도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가업을 경영한 경우 경영 기간에 따라 상속세 과세 가액에서 최대 600억 원까지 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병원 등 의료기관을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문제의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가업상속공제가 단순히 부동산이나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 기업의 실질적인 기술과 경영 능력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경우에만 세제 혜택을 주자는 취지는 타당하다. 문제는 병원까지 같은 잣대로 바라보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것이다. 병원은 일반 기업과 다르다. 병원 건물과 의료 장비는 단순한 자산이 아니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존재하는 시설이다. 더욱이 의료기관은 아무나 개설하고 운영할 수 있는 사업도 아니다. 의료법상 의사 등 일정한 자격을 가진 사람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 특히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더욱 그렇다. 분만과 소아 진료는 수익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다. 24시간 대기해야 하고 야간·휴일 진료가 필수다. 의료분쟁이 발생할 위험도 크다. 저출산으로 환자 수까지 감소하면서 이 분야에 뛰어들어 새로 병원을 개설하는 의사를 찾기 힘들다. 일반적인 사업체는 한 업체가 문을 닫아도 다른 업체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분만병원이 사라진 지역에 새로운 분만병원이 생긴다는 보장은 없다. 소아 의료기관이 문을 닫았다고 해서 그 자리를 대신할 의사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분야에서 기존 병원을 유지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세대 간 승계다. 그런데 개인이 개설한 병원은 일반 기업과 달리 주식이나 지분을 자녀에게 나눠 이전하는 방식의 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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