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도 정책도 없이 '이재명 때리기'만…野에 끌려다니는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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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이후 약 80일간 제대로 된 정책을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상황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집권여당인데 선제적으로 정책 아젠다를 제시하기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때리기’에만 집착한다면 중도층 민심을 놓칠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세금 문제까지 野에 주도권 뺏겨

지난 20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든 참석자가 한 번 이상 언급한 단어는 다름 아닌 ‘이재명’이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의 ‘중도보수 정당’ 발언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이 대표의 TV 토론회 발언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김상훈 정책위 의장, 임이자·김용태 비대위원도 마찬가지였다. 다음날 열린 원내대책회의 참석자들도 주로 민주당 정책과 이 대표를 비판하는 데 자신의 발언 시간을 썼다.

여권 관계자는 “비상계엄 이후 반복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달 들어 권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와 원내대책회의 등을 통해 공식 메시지를 17회 발표했는데, 네 차례 헌법재판소의 편향성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부당함을 지적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이 대표 비판을 주제로 삼았다. 23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권 원내대표는 공수처와 헌재, 이 대표를 주로 비판했다.

그사이 민주당은 상속세 공제 현실화와 근로소득세 개편,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다양한 정책 아젠다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기존 민주당의 전통적 기조에서 벗어났다고 평가받는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대표에 대한 공세를 집중하는 게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대선 주자는 정책 아젠다를 제시하고, 기존 당 지도부는 상대편인 이 대표를 공격하는 ‘역할 분담’을 미리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국민의힘이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게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당이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화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다.

◇정책 주도권 잃은 與, 민심도 잃어

국민의힘이 ‘이재명 때리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대표가 친기업·시장친화 정책을 내더라도 국민의힘은 이를 수용하기보다 공격하고 있다. 상속세 공제를 현실화하자는 이 대표 주장에 국민의힘은 최고세율을 조정하자고 반박했고, 민주당의 추경 제안에 여권은 “지난해 말 2025년도 본예산 삭감에 대해 사과부터 하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제대로 된 정책 아젠다를 내놓지 않으면 중도층 지지를 잃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무작정 민주당 제안은 안 된다고 버티면 결국 여론은 돌아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에게 물은 결과, 중도층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 지지도는 42%였다. 1주일 만에 양당 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벌어졌다. 엄 소장은 “민주당 주장을 일단 수용하고 추가로 새로운 아젠다를 내거나 아니면 민주당이 여태 내놓지 않은 분야의 새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슬기/박주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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