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3일 “국민의힘이 극우본색을 드러내며 형식적 보수 역할조차 포기한 현 상황에서는 민주당의 중도 보수 역할이 더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자신이 내세웠던 ‘민주당=중도 보수’ 주장을 두고 당 안팎의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을 ‘극우내란당’으로 규정하면서 화살을 여권으로 돌린 것.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중도 확장 기조가 대선 공약으로 구체화되는 등 실제 변화로 나타나지 않으면 신뢰하락으로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국민의힘은 극우” 주징하며 중도 공략
이 대표는 이날 “실용적 대중정당으로서 좌우나 네 편 내 편 가릴 것 없이 국리민복에 필요한 일을 잘해 내면 된다”고 조기 대선을 앞두고 실용주의 노선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이 대표는 “민주당은 과세표준 18억 원까지는 상속세를 면제해 웬만한 집 한 채 소유자가 사망해도 상속세 때문에 집을 팔고 떠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월급쟁이 친화형 근로소득세 개편, 대기업 세액공제 확대에 이어 상속세 공제한도 상향을 거론하며 그간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거리를 뒀던 ‘감세 의제’를 통한 중도층 공략에 나선 것.
이 대표는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공조를 근간으로 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일본 수준의 핵 잠재력 보유 주장이 나오는 등 우클릭 노선을 취하는 양상이다.
이 대표가 제시한 중도보수 노선을 두고 당내 비명계를 중심으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부정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자 국민의힘을 향한 ‘극우 공세’로 방향을 전환하고 나섰다.이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을 향해 “군사반란 주동자를 옹호하고 전광훈 따라 쿠데타를 지지하는 극우내란당은 국민 심판을 피할 수 없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의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주장에 대해서는 “초부자감세 본능”이라며 “수백억, 수천억 원 보유자가 서민인가. 극우내란당이 또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다.김민석 수석최고위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내란옹호·이재명 때리기·무조건 반대에만 몰두하며 ‘극우 전광훈 2중대’가 됐다”며 “백날 이재명을 욕해도 이재명에게 지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처럼 가면 시대착오적 만년야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노동이슈엔 ‘좌클릭’에 與 “사기극”
다만 이 대표의 중도보수 기조를 두고 “갈피를 잡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2017년 대선 출마를 앞둔 2016년 11월엔 중도 확장성에 대한 비판에 “정체성을 잏고 중도로 이동하면 불신을 사고 지지층에는 배신감을, 중도층엔 의심을, 보수층에는 비웃음을 사게 된다”고 했다.
노동·복지 등 전통적 지지층이 민감하게 여기는 분야에선 ‘좌클릭’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혼란을 키우고 있다. 이 대표는 21일 양대 노총을 찾아 ‘노란봉투법’ 재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우리 사회가 안정적으로 잘 성장하게 되면 진보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주4일제와 국민소환제를 내세운 것도 전통적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진영에선 “괴벨스식 국민 분열 프레임”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인생 자체가 사기고 범죄인 사람”이라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급정거‧급출발을 반복하고 깜빡이 없이 차선을 바꾸는 모습”고 꼬집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가 국민의힘을 더 오른쪽으로 밀어내는 정치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면서도 “이 대표가 과거부터 여러 분야에서 말을 많이 바꿔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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