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SDI 등이 해군과 함께 연말부터 전기로 가는 잠수함 프로젝트를 본격화한다. 배터리가 디젤엔진을 대체하는 것으로 연료비 절약에 더해 군 전력 강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군을 통해 해양 모빌리티 전동화가 시작되면 민간 선박 전동화 등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2차전지가 디젤엔진 대체
21일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공동 개발한 잠수함용 배터리는 3분기 해군의 최종 테스트 작업에 들어간다. 시제품으로 먼저 생산한 배터리를 해군이 정밀 검증하는 방식이다.
삼성SDI와 한화 측은 오랜 기간 잠수함·잠수정용 배터리 연구개발을 해왔다. 자체 테스트로는 즉각적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테스트에서 특별한 하자가 발견되지 않으면 이르면 연말부터 잠수함용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전기 잠수함이 우리 해군에 인도되는 시기는 2028년께로 계획돼 있다.
현재 잠수함의 메인 동력원은 디젤엔진이다. 납축전지는 보조 역할을 한다. 수면 위에서 디젤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얻은 에너지를 납축전지에 저장해놨다가 잠수 시 사용한다.
삼성과 한화가 개발한 잠수함은 배터리가 주 동력원이다. 디젤엔진도 설치되나 보조적 역할로 바뀐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수면 위·아래에서 모두 사용한다. 잠수함은 배터리 사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도 갖춘다.
전기 잠수함은 배출가스가 줄어들고 연료비도 절약할 수 있지만 해군은 군사적 장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배터리 잠수함은 이동 중이나 정차 중 소음이 거의 나지 않아 음파 탐지기 등을 피할 수 있어서다. 납축전지보다 배터리 용량이 크기 때문에 잠수 시간도 두 배 이상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배터리 기술 발달로 상용화되면 임무 수행 시간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선박 전동화 이뤄질 것”
업계에선 해군과 함께 진행하는 이번 프로젝트가 국내 해양 전동화 사업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성 등을 상대적으로 덜 따지는 군이 먼저 잠수함·선박용 배터리 개발을 견인하면서 민간에도 시장을 확대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민간 기업들이 잠수함·선박용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개발·생산하지 않은 것은 비용 탓이다. 잠수함·선박용 배터리는 전기차용 배터리와 달리 요구 스펙이 높아 생산비용이 많이 든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쉽게 어디서든 충전할 수 있는 전기차와 달리 잠수함용은 한 번 충전으로 장기간 운항해야 하고 안정성도 더 높아야 한다”며 “해양용 배터리는 아직 수익이 나는 단계는 아니지만 해군 프로젝트 등을 통해 기술이 축적되고 비용이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선박·함정 전동화 시장이 열리면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나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관광용 잠수정, 여객선, 소형 전기보트, 해양플랜트까지 배터리가 전동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추진선 시장 규모는 2023년 40억200만달러(약 5조6780억원)에서 2032년 280억6900만달러(약 39조8242억원)로 7배가량으로 커질 전망이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