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전략으로 합의 속도전
韓, 협상 뒤처져… 경쟁력 약화 우려
일본이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 협상에서 전략을 수정하며 실질적인 합의 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 실무협상 마무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협상 속도에서 뒤처진 한국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6일 아사히신문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관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미국 측에 제시했다.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경제재생상이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포함한 미국 당국자들과 진행한 5차 협상에서 나온 구상이다.
일본이 제안한 방안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차량 수와 수출 물량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관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일본 측이 요구해 온 “관세 전면 철폐”에서 한발 물러선 현실적 타협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측은 자동차 관세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일 양자 회담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관세 협상에서 뒤처지면서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5월 미국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8.1%, 5.1% 증가한 9만1000대, 7만9000대로 집계되며 아직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는 관세로 연간 최대 9조 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 부담을 안게 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관세를 자체 흡수하며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 왔는데, 일본이 먼저 협상을 끝내고 관세가 완화되면 미국 시장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