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지난 수십 년간 대도시와 수도권으로 대규모 인구가 이주했다. 이제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집중된 몹시 경쟁적인 수도권의 환경이나,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는 비수도권의 환경이나 청년들이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가족이 해체되고 1인 가구가 늘어나자 결혼, 출산 그리고 양육 문제까지 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지고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경제 성장에 따른 변화 속에서 우리 사회에는 결혼과 출산 문제를 개인에게 맡겨두는 것이 당연한 듯한 인식이 퍼졌는데, 실제로는 개인이 그런 선택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그러니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국민도 원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유권자 인식 조사를 보면 차기 정부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복지 분야 과제로 저출생 문제 해결이 42.5%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51.1%), 부산·울산·경남(50.5%)에서 과반 응답률을 보였다. 또한 보수층(47.9%), 진보층(37.4%), 중도층(43.4%) 등 이념·성향과 관계없이 유권자들은 모두 저출생 문제 해결을 각각 1순위로 지목했다.
역사를 공부해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시기든 결혼과 출산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했음을 알 수 있다. 천년 제국 로마는 제4대 황제 클라우디우스 시절 인구가 1억 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결혼과 출산을 법으로 강제하는 ‘채찍’을 정책으로 택했다.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하고도 출산하지 않는 자에게는 불이익을 주었다. 미혼자에게는 독신세를 부과하고, 아이 셋을 낳으면 세금을 면제해 주었다.조선은 ‘당근’을 택했다. ‘경국대전’에는 30세까지 형편이 어려워 혼인하지 못하는 여성에게 곡식과 옷감을 헤아려서 준다고 규정했다. 또 다른 법전인 ‘속대전’에는 혼기를 넘긴 경우 호조와 감영 및 고을에서 특별히 도와주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태종은 1407년 7월 2일에 “나이 30이 지나도록 형편이 좋지 못해 시집가지 못한 자는 조사해 관가에서 혼수를 주어 출가하게 하라”고 어명을 내렸다. 세종은 1439년 4월 14일에 혼인 정책 대상을 여성에서 남성으로 확대하자고 했고, 혼인을 많이 시킨 관리들은 인사 고과에 반영했다고 한다.
6월 3일 새롭게 당선될 대통령과 출범할 정부는 이 같은 역사를 되새겨 국가 차원에서 인구 문제 해결에 총력을 다하길 바란다. 직접 피부에 와닿는 과감한 정책들을 만들고 실천하면 국민도 호응하고, 청년들의 생각도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어려운 문제를 피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응하는 자세로부터 국민의 공감을 얻어낸다면 정치 불신을 넘어 성공의 길을 갈 수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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