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중국산 이긴 K조선 소부장…비결은 맞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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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조선 분야에서는 고부가가치 선박에 납품하는 협력사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세가 뚜렷했다. 컨테이너선 같은 범용 선박 관련 회사와 부품 교체 주기를 맞추지 못한 협력사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저가 중국산 이긴 K조선 소부장…비결은 맞춤화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선박 내부 배관 모듈을 뜻하는 ‘파이프 스풀’ 전문업체인 동화엔텍의 지난해 매출은 2980억원으로 전년(2512억원) 대비 18.6%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8억원에서 333억원으로 60% 급증했다. 다른 파이프 스풀 기업인 동방선기 매출은 2023년 273억원에서 지난해 357억원으로 30.8% 증가했다.

파이프 스풀은 선박 설계도에 맞춰 연료와 냉각수, 가스 등이 오갈 수 있도록 배관을 공장에서 사전 조립하는 모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인도 등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액화천연가스(LNG)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선 기술력이 특화된 국내 기업이 아직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LNG 선박용 패널을 만드는 기업도 급성장했다. 한국카본의 지난해 매출은 74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4.8% 증가했다. LNG 선박용 보랭재를 만드는 동성화인텍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11.9%, 35% 늘었다. 선박용 엔진 밸브를 제조하는 케이에스피는 지난해 853억원의 매출과 13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에 비해 납품 주기가 맞지 않은 부품사는 부침을 겪었다. 배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선박 평형수 처리 장치’(BWTS)를 생산하는 케이티마린은 전년보다 21% 줄어든 34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77억원에서 지난해 9억원으로 88%가량 떨어졌다. BWTS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비상장사인 테크로스의 2023년 매출은 18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45억원에서 155억원으로 급감했다.

BWTS는 선박의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배 안에 채워 넣는 평형수를 소독해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해사기구(IMO)가 승인한 25개 선박 평형수 처리 장치 가운데 한국 제품이 9개일 정도로 국내 업체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와 BWTS 수명이 비슷해 납품이 끝난 뒤엔 배를 다시 수주하기 전까지 BWTS를 납품하기 힘들어 유의미한 이익을 창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저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실적도 우하향했다. 선체에 부착되는 철 의장품을 제조하는 일승은 지난해 매출 518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보다 2.3% 줄었다. 파이프 스풀 실적은 늘었지만 철 의장품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액체 측정기 등 단순 선박 부품을 납품하는 한국미부는 매출이 2023년 300억원에서 지난해 260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었다.

패키징 솔루션으로 반전을 꾀한 기업도 있다. 한라IMS는 평형수 처리 장치를 비롯해 선박 레벨 계측 장치, 밸브 원격 제어 장치 등을 포함한 ‘통합 제어 관리 솔루션’을 내세워 매출을 늘렸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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