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공정위 과징금 소송
형사 무죄에도 심리없이 확정
“재판청구권·재산권 침해”
재판소원 525건 접수 첫 본안회부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백신 담합’ 사건을 재판소원 첫 전원재판부로 회부했다. 같은 사건으로 형사소송은 무죄를 받았는데, 행정소송에서는 대법원이 본안 심리 없이 과징금 부과를 확정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28일 헌재는 녹십자가 대법원을 상대로 지난달 16일 제기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소송에 대한 재판취소 청구 사건을 전원재판부로 회부했다고 밝혔다.
재판소원은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이를 구제하기 위해 헌재가 판결을 취소하도록 한 절차다. 백신 담합 사건이 법원의 판결을 헌재가 취소하는 첫 사례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녹십자는 질병관리청이 2017년 4월~2019년 1월 발주한 HPV4가(가다실) 백신구매 입찰 3건에서 경쟁력이 없는 백신 도매상들을 들러리로 섭외해 입찰에 참여한 뒤 1순위로 낙찰을 받았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았다.
녹십자는 공정위 처분에 반발해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10월 서울고법과 올해 2월 대법원 모두 사건을 기각했다. 유사한 사유로 과징금 대상이 된 유한양행·광동제약·보령바이오파마 등 18개 백신총판업체와 의약품도매상 모두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반면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돼 이뤄진 형사소송에서 녹십자를 포함한 업체들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해당 백신 입찰은 구조적으로 실질적인 경쟁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들러리 입찰’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형사소송 재판부는 “해당 백신은 특정 제약사가 독점 공급권을 갖고 있어 다른 업체가 제조사의 공급 확약서 없이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을 가능성이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입찰에 참여할 업체 정족수를 채우는 것 자체가 어려워 질병청 등 당국이 ‘들러리라도 세우라’는 취지로 독촉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형사소송에서 무죄를 받았다고 행정소송에서도 같은 결과를 받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렇다면 대법원이 적어도 본안 판단은 했어야 한다는 게 녹십자 측의 주장이다.
녹십자 측은 “(이 사건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4조에 따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재산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전원재판부로 넘어감에 따라 헌재는 대법원장에게 회부 사실을 통보하고 답변을 요청했다. 재판 당사자인 공정위에게도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이번 전원재판부 회부는 재판소원이 시행된 지난달 12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 27일까지 46일간 헌재에 접수된 재판소원은 525건이다. 이중 265건이 사전심사부 단계에서 요건 미비를 이유로 각하됐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확정 판결 뒤 3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요건도 판결에 대한 단순 불복이 아닌,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점을 증명해야 해 문턱이 높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소원은 큰 논쟁 속에 시작돼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은 새로운 절차인 만큼 사전심사를 당초 예상보다 훨씬 까다롭게 진행하고 있다”며 “백신 담합 사건의 최종 인용 여부도 전원재판부가 신중하게 검토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