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어려운 한자 안돼"…인명용 9000자 제한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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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어려운 한자 안돼"…인명용 9000자 제한 '합헌'

부모가 자녀 이름에 쓸 수 있는 한자를 약 9000자로 제한한 현행 가족관계등록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름 지을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재판관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행정의 안정성과 국민 편의를 고려한 합리적 제한이라고 결론 내렸다.

헌재는 3일 가족관계등록법 제44조 3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 2016년 비슷한 취지의 청구에 합헌 결정을 내린 선례를 9년 만에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심판은 청구인 김씨가 2023년 2월 자녀 이름에 ‘예쁠 래(婡)’ 자를 넣어 출생신고를 하려다가 제동이 걸리면서 시작됐다. 주민센터에서 해당 한자가 인명용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안내를 받은 김씨는 한글로만 이름을 신고한 뒤 “부모가 원하는 뜻의 이름을 지어줄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다수 의견(김상환·김형두·정형식·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은 “가족관계등록부의 이름은 우리 사회 구성원이 실제로 읽고 사용하는 문자로 등록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어려운 한자 사용으로 인한 오독·오자 혼란을 줄이고 가족관계등록 업무의 전산화 효율을 높이기 위한 타당한 조치라는 취지다.

인명용 한자는 1990년 도입 당시 2731자에서 9389자로 확대됐으며, 중국(8105자)과 일본(2998자)보다 많다. 재판관들은 원하는 한자가 인명용으로 지정돼 있지 않더라도 추가 지정 시 보완 신고나 개명 절차를 통해 등록할 수 있고, 사적 영역에서의 사용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닌 만큼 자녀 이름을 지을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반면 정정미·김복형·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부모가 자녀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행위는 자녀를 가족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출발점”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자형과 음가 정보가 확정된 한자라면 이름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대폭 늘리는 것이 입법·행정기술상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며 “행정상의 편의를 이유로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가족생활 및 인격의 자유로운 형성에 관한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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