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불출석하는 등 불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한 변호사를 고용한 법무법인이 내부 규정을 근거로 징계는 할 수 있지만, 해고한 것은 부당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부(양상윤 부장판사)는 A법무법인이 자사에 소속돼 있던 변호사 B씨를 해고한 것은 부당했다고 본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법인의 청구를 지난 4월 25일 기각했다.
B씨는 2023년 10월 A법무법인에서 해고됐다. A법무법인은 이런 처분의 근거로 8개 징계 사유를 들었다. B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지만, 지노위는 법인의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B씨는 2024년 1월 중노위에 지노위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8개 징계 사유 중 3개만 인정되고, 이것만으로는 해고의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지노위 판정을 취소했다. 그러면서 A법무법인이 B씨에게 “정상적으로 일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포함한 약 1254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법무법인은 중노위의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중노위의 손을 들어줬다.
B씨는 A법무법인에서 일하는 동안 재판 시각을 잘못 인지해 변론기일에 불참하거나 제대로 된 인수인계 없이 변론기일이 잡혀 있던 때 휴가를 가는 등 업무 혼선을 초래했다. 재판부는 B씨가 A법무법인의 업무 규정을 위반해 징계 사유가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법인카드의 사적 유용 △임의 재택근무 등 근로 시간 규정 남용 △의뢰인과의 소통 부족 △업무상 지시 불이행 등 A법무법인이 제시한 그 밖의 징계 사유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해고 조치는 B씨에게 지나치게 가혹해 A법무법인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정되는 징계 사유는 모두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이고, 고의가 아닌 부주의에 의한 것”이라며 “A법무법인 내부 시스템에 변론기일 일정이 잘못 기입돼 있었던 점 등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의 비위 행위로 A법무법인에게 중대한 손해나 불이익이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