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과 투표 중단 사태를 두고 법적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일부 후보자나 유권자가 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긴급위원회를 열고 입장 발표를 통해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해당 투표소에 방문한 국민 여러분의 참정권 행사에 많은 혼란과 불편을 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이번 사안은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의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날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 등 최소 14곳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한때 중단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유권자들이 2~3시간씩 기다렸고 일부는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한 영향을 직접 받은 선거구에서 낙선한 후보자나 시민단체가 선거무효 또는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가 참정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이나 국가배상 청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직선거법상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결과에 불복하려면 선거일로부터 2주 안에 관할 선관위에 소청할 수 있다. 소청이 기각되거나 각하될 경우 법원에 당선소송 또는 선거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당선소송은 특정 후보자의 당선 효력을 다투는 절차이고, 선거소송은 선거 자체의 효력에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이다. 관할 법원은 소송 제기일로부터 180일 이내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법조계는 투표용지 부족이 선거 결과에 실제 영향을 미쳤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로펌 변호사는 "구의원이나 시의원 선거는 수천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경우도 있어 소송이 제기될 개연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변호사도 "표 차가 매우 적고,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투표했을 경우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면 소청이나 소송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로 선거무효 판단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의 정확한 규모를 확인하기 어렵고, 이들이 투표했을 경우 어느 후보에게 표가 갔을지 입증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선거 불복 소송과 별도로 유권자 개인의 권리 침해 문제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투표용지를 받지 못해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거나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참정권이라는 기본권이 침해된 만큼 투표 준비 책임이 있는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구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손해배상 청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다른 변호사는 "선거 관련 불복 절차가 법률로 별도 마련돼 있는 만큼 국가배상 청구가 인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참정권 피해를 재산상 손해로 평가할 수 있느냐도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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