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산선관위, 300km 떨어진 업체와 수의계약… 배송비만 5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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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개 선관위 모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인쇄’ 수의계약
16개 시도중 14곳 5000만원 초과
국가계약법상 경쟁입찰 원칙에도 “보안상” 내세워 수의계약 체결
송파 등 서울 자치구 선관위 16곳, 한 업체와 계약… 총액 5억원 넘어
“중앙선관위 용지부족 언론통해 알아”

뉴시스
6·3 지방선거 당시 전국 16개 시도와 255개 시군구 등 271개 선거관리위원회는 인쇄업체를 각각 선정해 관내 선거 투표용지를 인쇄했다. 광역단체장과 시도교육감, 비례대표 광역의원 투표용지는 시도 선관위가, 기초단체장과 지역구 광역의원, 지역구 및 비례대표 기초의원 투표용지 인쇄는 시군구 선관위가 맡았다. 하지만 각 선관위는 35개 인쇄업체와 총 82억 원의 인쇄 계약을 모두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는 투표용지 인쇄·보관 비용을 이유로 인쇄량을 축소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일어난 가운데 선관위가 통상 경쟁입찰보다 단가가 높아지는 수의계약으로 인쇄를 맡긴 것을 두고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 300km 떨어진 곳과 수의계약… 배송비만 580만 원

17일 중앙선관위가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선관위는 지난달 18일 경기 수원의 한 인쇄업체와 투표용지 인쇄를 위한 계약을 맺었다. 투표용지 2093만5000장을 8억3594만 원에 인쇄하는 내용이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5000만 원 초과 계약은 경쟁입찰이 원칙이지만 보안 등을 이유로 수의계약을 맺은 것. 16개 시도 중 계약 금액이 5000만 원 이하인 곳은 제주와 세종 등 2곳뿐이었다.

부산시선관위는 직선거리로 300km가량 떨어진 경기 성남 소재 업체에 투표용지 인쇄를 맡겼다. 이 때문에 인쇄비용 외에 배송비로만 580만 원을 인쇄업체에 지급했다. 경남도·울산시선관위도 경기 안양시와 충남 천안시 등 2곳에 공장을 둔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반면 같은 영남권인 대구시선관위는 대구 시내 업체에 인쇄를 맡겼다.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서울시 25개 자치구 선관위 중 송파·성북·광진구선관위를 포함한 16곳은 같은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가 서울시 자치구선관위와 맺은 수의계약 잠정 총액은 5억1499만 원이다.

중앙선관위는 “일련번호 인쇄가 가능하고 적정 인력과 경험을 갖춘 인쇄소를 짧은 기간에 찾기 어려워 수의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투표용지 재질과 인쇄 방식은 투표지 분류기가 도입된 2002년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지방선거 투표용지 인쇄에도 35곳의 업체가 참여한 만큼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제한경쟁입찰을 도입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인쇄비도 1장당 25∼75원으로 천차만별

각 시도 선관위가 업체에 지급한 인쇄비도 제각각이었다. 강원도선관위는 투표용지 258만7900장을 인쇄하는 데 1억9331만 원을 지급했다. 투표용지 1장당 약 75원을 책정한 것. 반면 대구시선관위는 3분의 1 수준인 1장당 약 25원에 계약을 맺었다.

선관위는 “인쇄 단가는 수도권·지방에 따른 편차, 인쇄 물량, 투표용지 길이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구시와 강원도선관위가 인쇄한 투표용지의 총 길이엔 큰 차이가 없었고 강원은 서울 업체, 대구는 대구 시내 업체에 인쇄를 맡긴 만큼 ‘지역 편차’ 역시 맞지 않는 해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표용지가 63만3400장으로 가장 적었던 세종시선관위의 인쇄비는 1장당 32원이었던 만큼 ‘인쇄 물량에 따른 편차’라는 선관위의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민전 의원은 “선관위가 투표용지 폐기 비용을 줄이겠다며 인쇄량은 대폭 축소해 놓고, 정작 인쇄업체 선정은 수의계약으로 방만하게 처리했다”며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며 예산을 낭비한 건 아닌지 특검을 통해 철저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는 17일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서울시선관위가 오후 10시까지 투표 시간을 연장한 것도 사전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은 이날 지방선거 당일 투표가 중단된 26개 투표소에서 최소 39명의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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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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