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5위 뭉쳤다…친환경 제철소·배터리까지 '車 소재 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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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 일관제철소 건립 여부를 검토할 때 내부에선 격론이 벌어졌다. “미국 진출이 필요한 건 인정한다. 하지만 고로가 아닌 전기로만 지을 수 있는데, 어떻게 고품질 자동차용 강판을 만드느냐”는 반론에 부딪혀서다. 철광석이 아닌 고철(스크랩)을 원료로 쓰는 전기로에선 구리 불순물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힘든 탓에 표면이 거칠고 강도가 약한 강판만 나온다. 고로 방식으로 지으면 품질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탄소를 대거 내뿜는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는 고로 건립을 허용하지 않는다.

재계 3·5위 뭉쳤다…친환경 제철소·배터리까지 '車 소재 원팀'

고민 끝에 내놓은 현대제철의 해법은 이랬다. 전기로 방식으로 짓되 국내 1위 철강업체인 포스코와 함께 품질 문제를 풀기로 한 것. 국내 1, 2위 철강업체가 머리를 맞대고 산소를 제거한 철광석을 전기로에 투입하는 직접환원철(DRI) 방식을 함께 파고들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철강·2차전지 시너지 낼 것

‘제계 3위 현대차그룹과 5위 포스코그룹 동맹’의 대상은 철강과 배터리 등 자동차 소재 분야다. 핵심은 현대차그룹이 준비하고 있는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투자금(58억달러)의 일부를 포스코가 대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루이지애나에 연 270만t(쇳물 기준) 규모 제철소를 건립키로 했다. 포스코는 여기에 최소 1조원 이상 투입해 일부 생산라인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포스코를 파트너로 확보하면서 8조원이 넘게 드는 투자 부담을 상당폭 덜게 됐다. 포스코 입장에선 미국과 멕시코에 세운 차량용 강판 가공공장(AAPC)에 활용할 열연·냉연제품을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포스코는 미국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현대차 등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주요 고객인 GM 공장이 있다. 현대차그룹의 조지아·앨라배마 공장과도 멀지 않다. 포스코가 북미 시장에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각 회사의 장점을 활용한 친환경 제철소 건설 작업도 함께 진행한다.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다투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현대제철은 1994년부터 세계 최대 단일 전기로 제철소를 운영해온 전기로 분야의 강자다.

연구개발(R&D) 시너지도 두 그룹이 기대하는 분야다. 루이지애나 공장은 철광석을 녹여 만드는 고로 방식이 아닌 DRI를 활용한 전기로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2021년부터 DRI를 활용한 친환경 수소환원제철 분야를 연구해 온 포스코의 전문 분야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제품 양산 기술을 보유한 포스코가 루이지애나 프로젝트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지분 투자보다 R&D 시너지가 더 클 수도 있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두 회사의 시너지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검증되면 향후 수십조 원이 드는 수소환원제철소 건립도 함께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소재 전반 협력할 것”

두 회사는 2차전지 분야에서도 협력키로 했다. 포스코는 원자재(리튬·니켈 등)와 배터리 소재(양극재·음극재 등)에 강점이, 현대차는 배터리 셀과 전기차 분야에 강점이 있다.

현대차는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시동을 건 상태다. 2027년께 경기 안성 등지에 세울 배터리 R&D단지에 연 1~2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제조설비를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이런 현대차그룹에 배터리 관련 원자재와 소재를 안정적으로 댈 수 있는 몇 안되는 국내 기업이다. 포스코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광산을 아르헨티나와 호주에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고, 양극재 분야에선 에코프로에 이은 국내 2위다. 업계에선 현대차의 ‘맞춤형 배터리’ 설계에 포스코퓨처엠이 협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우섭/김진원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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